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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정치권에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경영인이었다. 이 회장의 발언은 나올 때마다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4월 13일 이 회장은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나라는 행정력은 3류, 정치력은 4류, 기업경쟁력은 2류로 보면 될 것”이라고 파격적인 비판 발언을 했다. 이 회장은 이어 “삼성과 정부에 대해 밀월관계란 말도 있지만 사실은 가장 ‘앤티(anti·적대적)’한 관계”라고도 덧붙였다.
당시의 발언은 기업이 뛰려하면 발목을 잡는 행정 규제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 회장은 “대통령의 개혁의지에도 불구하고 행정규제와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는 한 21세기에 우리가 앞서 나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도체는 중국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연구개발(R&D) 비용은 얼마냐’라고 물을 정도로 관심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신청해도 허가가 나오질 않고, 공장 건설하는데 도장이 1000개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베이징 발언’ 2년 뒤인 1997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 점수를 매기라고 해도 4년 전과 마찬가지로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 것 같다”라고 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인 2011년 3월 10일 이 회장은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려다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 성적에 몇 점 정도 주시겠나”라는 질문에 “과거 10년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했으니…”라고 말하다 “흡족하다는 말이냐”라는 추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흡족하다기 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
이 회장은 MB 정부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초과이익 공유제’를 이렇게 비판했다. “내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고 학교에서 경제학 공부를 계속했는데 그런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당시 청와대 경제참모들은 내부 회의에서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08년 비자금 조성 등으로 재판을 받던 7월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계열사 중 특별히 중요한 회사가 있는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전자와 생명이다. 삼성전자에서 나오는 제품 중 11개가 세계 1위인데 1위는 정말 어렵다. 그런 회사를 만들려면 10년, 20년 갖고는 안 된다”라고 발언하던 도중이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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