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이 31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연구위원 긴급 간담회에서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박재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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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31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미국 대선 이후 세계 및 한반도 안보 지형을 전망하는 재단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박재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사회는 신석호 동아닷컴 전무가 맡았다.
신석호=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갑자기 한반도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발사된 ICBM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정성윤=북한은 이번 고각발사를 통해 자신들의 ICBM의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10개월 만의 ICBM 발사체가 북한이 목표로 한 지점에 정확하게 낙하한 것으로 추정되며 다탄두 관련 테스트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박재적=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우리에게 가장 나쁜 영향 중 하나가 북한이 더욱 더 위협적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동안은 한반도 급변 사태 때 중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러시아도 개입하는 것을 상황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미가 대응할 때 고려해야할 것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ICBM 발사가 그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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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윤=지난 네 번의 미국 대선 1개월 전후로 보면 북한이 총 3번의 도발을 했습니다. 이번 ICBM 도발이 미국 대선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없지만 미국 국민에게 북한이라는 존재를 각인시키는 의도는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신석호=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11월 5일 대선을 치르기 직전 북한이 러시아 파병한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정성윤=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를 높이겠지만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북한이 미 대선과 차기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고자 했다면 이번 파병이 설익은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는 왜 북한 병력을 요청 혹은 허용 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네 가지 의문이 있는데 먼저,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러시아가 유리해졌다는 판단이 지배적인 시점에서 북한군을 불러들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두 번째, 트럼프가 집권하면 조기에 러시아가 불리하지않는 방식으로 휴전이나 종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기다리지 않았다. 세 번째, 러시아는 한국과 관계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발신했는데 불필요하게 적대 관계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북한에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데 합의 했을 수도 혹은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상당한 부담이라는 점입니다. 러시아 목표는 이번 전쟁만이 아니고 전후 북러 관계를 장기적으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크고 한국의 대응에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박재적=지금 미국 유권자들에게 먹히는 것이 2개의 전쟁입니다. 북한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부각시키겠다는 의도일 겁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만 생각하지는 않고 유럽 혹은 세계질서 차원에서 유럽에서 무엇인가 바꾸려 할 것입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큰 개입 차원에서 북한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구연=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게 전에 푸틴이 여러 나라를 순방했습니다. 지금 전쟁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인데도 북한을 끌어들인 것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러 관계 차원에서 보면 양국이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합니다.
신석호=투표함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트럼프가 유리하다는 예측이 늘고 있습니다.
정구연=해리스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묶여있어 실정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바이든은 2개의 전쟁을 막지 못했습니다. 미국 내에서 리더십은 있지만 더 이상 패권은 없다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박재적=민주당은 집토끼를 지키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왔던 가치 측면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
정성윤=매력도 면에서 트럼프가 우세하고 바이든 행정부 성적 평가가 좋지 못했습니다. 일자리 문제와 대중 정책에서도 트럼프가 유권자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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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재선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정구연=트럼프 1기 때는 대외정책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측면이 강했습니다. 각종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미국의 이익을 앞에 놓고 행동을 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고립주의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게 했습니다. 지금 트럼프 캠페인을 보면 동맹과 국제관계에 대한 접근법이 바이든과 다르지만 기존의 것을 와해시키려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이익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동맹국들은 더 피곤해 질 것이고 어려운 협상도 늘어날 겁니다.
정성윤=미국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자의 역할,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 살펴봐야 합니다. 월등한 국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제 질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지도자에 대한 욕구가 큽니다. 또 국제 분쟁이 교착 상태라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도 할 겁니다. 트럼프의 힘에 의한 질서 창출, 즉 가치와 규범보다는 국익과 영향력을 선호하는 패권국의 역할을 바라는 측면이 강해 보입니다.
박재적=트럼프가 컴백한다면 국제 정치보다는 미국 국내정치의 결과일 것입니다. 지금 국제정치 상황보다 미국 정치가 이슈가 더 커 보입니다. 그동안 국제정치가 미국을 포함 각국의 국내정치에 영향을 줬다면 이제는 국내정치 상황이 외교정책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변할 겁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구연=2개의 전쟁을 어떻게 끝내느냐에 따라서 대외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입니다. 대만 문제가 중요합니다. 지금 공화당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근거하면 트럼프 집권 후 극단적 인사들이 “대만을 잃는다고 미국이 잃는 것이 무어냐”라고 들고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만을 잃는 것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레버리지를 잃는 것입니다.
정성윤=국제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국가 간 관계에서 합리적 대응이 어려우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합니다. 트럼프 2.0 이던 바이든 2.0이던 세계 각국은 이미 각각의 정책기조를 경험했습니다. 저마다 대비 전략을 세울 겁니다. 일각의 우려처럼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혼란이나 불확실한 상황은 낮다고 예상합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 1순위는 여전히 중국으로 강한 압박은 이어질 겁니다.
박재적=누가 미국 대통령이든 전략적 우선정책은 국내정치의 치유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을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느냐 이기 때문에 외교 안보는 큰 변동이 없이 현상유지가 될 것으로 봅니다. 현상유지를 바라는 미국의 관점에서 대만을 지키는 않는 것은 동북아 자체가 흔들리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고 당연히 핵 무장이야기가 나오고 판 자체가 달라집니다.
신석호 =‘2개의 전쟁’은 어떻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합니까.
정성윤=트럼프가 집권하면 우-러 전쟁이 조기 종식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가속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의문입니다. 플랜B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합니다. 트럼프 의지와 다르게 우-러 전쟁이 상당기간 이어지며 북러 군사협력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중동에서도 이란이 참전하는 확전도 저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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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연=트럼프 1기 때 미국은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스라엘 중심의 세력균형을 중동에 만들어 놓고 빠지겠다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지금 트럼프 캠프 외교정책 공약 첫 번째가 중동과 2개의 전쟁을 끝내는 겁니다. 미군이 중동에서 철수하고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생각인데 실현이 안 되었습니다. 중동 전쟁을 빨리 종결짓고 싶어 할 겁니다. 하지만 우-러 전쟁은 단시일 종결보다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가 북한까지 끌여들어 미국도 레버리지가 없습니다. 현재로선 중국을 통해 좀 말려달라고 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박재적=그동안의 상황을 보면 우-러 전쟁이 중동보다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NATO 내에서는 이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큽니다. 폴란드 등 몇을 빼고는 정전이든 종전이든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트럼프와 맞아 떨어지면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둘 다 끝내기 싫어 보입니다. 트럼프 지지층 특히 기독교 지지층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신석호=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미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정성윤=내년엔 한반도 안보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북한의 파트너로 러시아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입니다. ‘2개의 전쟁’이 단기간에 정리가 안 되면 트럼프의 시선은 북핵 문제로 향할 겁니다. 이미 협상을 해봤다는 경험이 있는데다 북한이 대화 시그널을 보내면 이를 과대평가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닥칠 큰 도전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핵 능력이 5년보다 더 증강되었기 때문에 미국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구연=트럼프는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북한과 정말 협상을 하고 싶어 할 겁니다. 그렇지만 과연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김정은 입장에서 다시 나왔는데 아무 성과가 없으면 정말 큰일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겁니다. 미국 내에서도 군축 이야기가 나오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비핵화를 하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안 되는 겁니다.
박재적=불러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과가 담보되기 전까지 합리적 추진이 어려워 보입니다. 또 하나 북미대화가 시작 된다면 ‘코리아 패싱’ 문제가 대두 될 겁니다. 여기에 북미협상을 조율할 우리 정부의 레버리지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이 북한과 군축협상이나 핵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처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은 북한이 위험적인 행동을 할 공간이 점점 더 커질 겁니다. 러시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서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참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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