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임윤찬 "월광 페달 소리 지저분해…고칠 생각 없는지 묻고싶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토벤을 만난다면 월광 소나타 1악장에서 페달을 내내 사용하도록 표기한 걸 고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어요. 현대 피아노로 그렇게 치면 소리가 지저분하게 들리거든요."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주목받는 임윤찬(16)은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만약 베토벤을 지금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오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금호아트홀연세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을 연주할 예정이다.

베토벤이 아마 이 질문을 듣는다면 잠시 고민하다, "음… 고쳐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할 것 같다. 현대 피아노는 지난 수 세기 동안 기술적 혁신을 거듭한 덕분에 18세기 베토벤 시대 피아노와 완전히 다른 음량과 울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임윤찬은 '가장 연주하기 힘든 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역시 '월광 소나타 1악장'을 꼽았다.

"월광은 템포가 빠르지 않고 셋잇단음표로 계속 흘러가는 곡이잖아요. 이걸 일정한 톤으로 연주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임윤찬은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아울러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한국인 연주자에게 수여되는 '박성용영재특별상'까지 수상했다. 이번 리사이틀은 특별상 수상자 자격으로 열린다.

앞서 2018년 클리블랜드 청소년 국제 콩쿠르에선 2위와 쇼팽 특별상을, 쿠퍼 국제 콩쿠르에선 최연소 3위와 관객상을 수상했다.

임윤찬의 연주는 화려하다기보다 학구적이고 정갈하다. 아직 10대인 그가 성장하는 모습은 원석이 깎이며 걸작이 완성돼 가는 모습이라기보다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조각 작품을 계속 손질하고 다듬는 작업에 가까워 보인다. 악보에 표기된 다이내믹스와 아티큘레이션을 정확히 준수하려고 성실히 애쓰는 캐릭터다.

"좋은 연주를 위해선 설계를 잘해야 돼요. 구조를 잘 쌓는 게 중요하죠. 또 곡을 작곡할 당시 작곡가의 상태까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악보에 있는 말들을 지키면서 작곡가 의도에 충실하고 싶어요."

고전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해 레퍼토리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10대 연주자답지 않은 의지도 드러냈다. "비슷한 세대 피아니스트인 다닐 트리포노프(29)를 존경해요. 콩쿠르 이후에도 계속 레퍼토리를 늘리며 바로크음악부터 현대곡까지 섭렵한 유일한 연주자예요. 바흐 푸가 전곡을 연주하더니, 현대곡으로만 리사이틀을 하기도 해요. 정말 대단하죠."

임윤찬은 쉴 땐 이미 종영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다시 보기를 하고, 좋아하는 가요는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라고 했다. 쉴 때도 여느 10대와 같지 않은 '옛날 사람'인 것 같다. 인기 TV드라마도 보지 않는다.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마음먹으면서 포기할 게 많아졌어요. 모든 걸 다 하면서 피아니스트를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또래들이 하는 걸 못한다고 제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리고 제 주변 몇몇 친구들이 저와 같은 생각으로 음악을 하고 있어요. 그런 친구들이 함께 있어서 계속 열심히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임윤찬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월광 외에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3번과 리스트의 피아노 모음곡 '순례의해' 중 이탈리아를 연주한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