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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젠 명실상부한 ‘이재용의 삼성’…미래사업 투자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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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험대 오른 ‘이재용 리더십’

새 비전·공격적 M&A로 자기만의 색깔 드러낼 듯

대외 무역환경 악화에 두 건의 재판 ‘만만찮은 앞날’

[경향신문]

경향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아들딸과 함께 25일 오후 선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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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명실공히 그룹 후계자가 됐다. 재계에서는 미래사업 투자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이 자기 색깔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가전·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실적을 낙관할 수 없는 데다 본인의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있어 ‘이재용 삼성호’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년여 전부터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그룹 핵심축에 놓고 미래사업 발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18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총수 자격을 ‘공인’받은 직후부터다. 대표적으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180조원 투자 4만명 채용’을 발표하면서 바이오·인공지능(AI)·자동차 전장부품·5세대(G) 이동통신을 미래사업으로 선정했다. 올해 7월에는 차세대 통신기술 비전을 제시하는 6G 백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공개하고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에서 기술 선도 의지를 피력했다.

이 부회장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주력사업의 신기술 위주 재편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AI와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기존에 좋은 실적을 유지해온 사업군도 고부가가치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부친이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부터 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이 제한된 올해에도 국내 사업장 방문과 글로벌 기업 출장 등 현장 행보를 계속했다. 이달 들어서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과 관련성이 큰 네덜란드와 베트남에 출장을 다녀왔다. 네덜란드에서 방문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베트남 역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최대 생산기지로, 이 부회장은 2012년 10월 부친과 함께 현지 공장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경험이 있다.

이 부회장이 보수적인 대기업 문화를 깨고 공세적인 M&A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그는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그룹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과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을 통해 변화를 도모했다.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빅딜 역시 이 부회장 지휘 아래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구글·애플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경쟁에 몰입하기 위한 사업 재편의 일환이기도 했다. 2017년 3월에는 8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투자해 하만 인수를 완료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또 연말 임원인사에서 아버지 색채를 지우고 젊은 임원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형태의 세대교체를 단행할지도 주목된다.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본인의 재판 준비에도 신경 써야 하는 점은 경영상의 방해 요인이다.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외교갈등 심화, 중국 ICT 기업 부상 등에 대응해야 한다. 외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1% 증가한 12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완벽한 홀로서기를 하게 된 연말부터가 진짜 승부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현재 두 건의 형사재판으로 법정 출석을 앞두고 있다. 이달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재판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도 병행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판 도중 법정구속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그룹 향방이 시계제로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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