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제공|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
[스포츠서울] 오는 31일은 31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있는 날이다. 노후대비 혹은 퇴직 후 대비 측면의 국민자격증이라는 것은 여전하지만 필자가 처음 공인중개사를 땄을 때와 비교해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직업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많이 변했다.
고객으로 만났다가 지금은 은퇴 대비로 중개사를 공부하고 있다며 연락해오는 중·소·대기업 종사자 분들이 매년 있고 취업대신 처음부터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업을 선택하는 젊은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 신탁사나 기타 다른 부동산 관련 회사들이 꿈의 직장 중 하나로 올라서며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필수 자격증처럼 인기가 높아졌다. 또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ical)의 합성어인 프롭테크 분야의 부동산플랫폼 사업이 인기를 누리면서 기술발전 습득에 빠른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성도 좀 더 살아나고 ‘복덕방’의 이미지도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공인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추진방안이 담겨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이나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걱정과 반발심이 크다. 가족생계가 달린 중개사 분들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공인중개사는 주거와 관련한 자잘한 고민과 걱정부터 사전의 분쟁소지까지 체크해줄 수 있는 직업이다. 물론 이 직업을 단순히 ‘잘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는 분들도 분명 있다. 적게 공부하고 많이 벌자는 도둑놈 심보의 업자들도 있지만 컨설팅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공부를 꾸준히 하는 중개사도 많다. 필자 역시 이번 달만해도 수익이 나는 컨설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담해준 것만해도 최소 10건 이상이다. 심지어 금주에는 처음 분양 받는 것을 불안해하는 지인을 돕기 위해 양평에서 안성까지 100㎞나 되는 거리를 달려가기도 했다. 정말 도움이 됐다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이 직업에 대해 뿌듯하고 스스로 성장했다며 자랑스럽게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이 직업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걱정이나 공포감보다는 ‘대체 왜?’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비싸다는 측면도 생각해보고 공인중개사들의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얘기도 진중하게 고민해봤다. 수수료는 예민한 사항이지만 전문성에 대한 얘기는 필자도 조금 해볼 수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할 때는 부동산학개론과 함께 5개의 법(민법, 공법, 중개사법, 세법, 공시법)을 공부한다. 특히나 공법의 경우 하나의 과목으로 둬서 그렇지 실제로 그 안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부터 건축법, 주택법, 농지법 등등 다양한 법들이 있다. 취득하고 난 뒤에도 실무와 병행하며 매년 새롭게 개정되는 내용들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들을 해당 분야 전문직으로 바라보지 않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여러 법들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부동산 중개에 관련된 법만해도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공인중개사 전문가라면 단순히 계약을 쓰는 기계가 아닌 의식주 중 하나인 공간을 사람의 마음부터 가계 경제까지 생각하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국가가 단순히 중개사 없이 계약을 쓰는 프로그램 개발을 한다는 말로 쉽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큰 시장에 종사하는 전문가 중 하나로 키워가려고 노력하는 게 맞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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