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모기지·원자재 등 9개 자산간 상관도
‘+1’일 때 가격이 완전히 똑같이 움직이는데
금융위기 때 0.58→올해 9월 0.78로 높아져
“전염 위험 높고, 가격 조정시 포트폴리오 전반 손실 가능성”
“주가는 고평가된 상태…역사적으로 높은 수준”
코로나 더 악화 시 전세계 은행 8%가 최소자본 미달 추정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의 온라인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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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주식과 신흥국 국채, 원자재 등 위험자산간 동조화 정도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높아져 급격한 자산가격 조성 시 전염 위험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또한 현재 주식시장이 고평가돼 있으며,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거나 정부 지원 정책의 강도나 기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급격한 조정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13일과 23일 두차례에 걸쳐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면서 자산관리 부문의 유동성 만기 불일치 및 초저금리 현상과 함께 글로벌 위험자산 간 높은 동조화 현상이 주요한 도전과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구는 글로벌 자산간 상관계수(cross-asset correlation)가 지난 9월 말 현재 0.78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 상관계수는 한 금융상품 가격이 다른 금융상품의 가격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1과 +1 사이로 측정한다. +1일 경우 비교 대상 금융상품 가격이 동일한 방향으로 완전히 똑같이 움직이는 것을 말하며, -1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동일하게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주요 국제금융시장이 함께 추락했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 상관계수는 가장 높을 때가 0.58였다. 지금이 이때보다 상관도가 약 35%나 높아진 셈이다.
글로벌 자산간 가격 상관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0.58에서 올해 9월 0.78로 높아짐. 자료: IMF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 기구는 모두 9가지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이를 추정했다. 글로벌 주식, 신흥시장 주식, 투자등급 채권, 하이일드 채권, 레버리지론, 모기지, 신흥시장 국채, 신흥시장 채권, 원자재 등으로 이들 금융상품의 대표지수를 추정에 사용했다. 예컨대, 글로벌 주식은 MSCI 월드주식지수를, 원자재는 블룸버그 원자재지수를 사용하는 식이다.
투자를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분산투자다. 주식, 부동산,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나 지역에 자금을 분산함으로써 어느 한 상품 수익률이 떨어질 때 다른 상품에서 이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겪언이 바로 이 원칙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종류의 금융상품 간에 동조화 현상이 심하다면 이런 투자의 기본원칙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다양한 금융상품에 자산을 배분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도 상당한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 어떤 충격이 금융시장에 가해졌을 때 위험자산 전 영역에서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분산투자 전략이 무력화됨으로써 큰 투자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탓이다. 국제통화기금이 우려를 표명한 이유다.
국제통화기금은 글로벌 위험자산 가격간 연계성이 높아진 배경에는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여러 시장에서 중앙은행의 존재감이 커진 점을 꼽았다. 이 기구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에 근접시킨 것에 더해 채권 매입 같은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하는 등 금융시장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일부의 중앙은행만 이런 시장 개입을 단행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한 상태다. 이 기구는 “높은 상관도는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기회를 줄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전염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고, 급격한 가격 조정 시에는 투자자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손실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은 또한 자산관리 부문에서 금융투자자산의 만기 불일치 현상이 여전히 고조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채권형 펀드들이 환매 대응을 위해 위험자산을 대량 매도하면서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중앙은행이 개입해 가까스로 진정시켰으나, 여전히 위험 요인들을 제거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기구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다시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나설 유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예컨대, 변동성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시장 변동성이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정상화되자 이미 차입을 늘리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금융 레버리지의 급증은 실물경제와 자산가격 간 괴리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 기구는 앞으로 장기화하는 초저금리와 높은 자산가격간 상관도가 기관투자가들에게 도전과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아울러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변동성을 줄여줄 거라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믿음이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현상을 강화해 투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차입을 더 늘릴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이 기구의 주식가치평가모델을 적용해본 결과 현재 주식 가치가 고평가돼 있으며, 몇몇 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높은 상태에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 주가는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돼 있는 상황과 상당한 괴리가 있으며, 이런 괴리는 투자심리를 지탱하려는 정부 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자산가격의 급격한 반등은 지난 9월 기술주 급락에서 본 것처럼 시장 조정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이 기구는 경고했다. 특히 현재의 시장 가치평가 수준은 정부의 지원 정책이 유지되거나 경제상황 악화에 대응해 지원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존재하는 한, 일정 기간 유지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가치평가 수준은 팬데믹과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계속해서 높아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자산가격의 급격한 조정이나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급격한 변동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투자자들이 정책 지원의 강도나 기간을 재평가하거나 경기회복이 지연된다면 높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구는 이번에 위기 시 글로벌 은행들의 자본여력이 충분한지를 따져보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공개했다. 기구는 미국·중국·유럽·일본·한국 등을 포함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29개국 350개 은행을 대상으로, 팬데믹 상황이 더 악화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충격을 흡수할 만큼 자본이 충분한지를 평가했다. 이 기구는 이번에 세계경제 성장률 기본시나리오로 올해 -4.4%, 내년 5.2%를 가정했는데, 스트레스테스트에서 가정한 더 악화한 시나리오는 이보다 성장률이 올해는 0.75%포인트, 내년은 3%포인트 더 낮아질 것을 가정한 것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이들 은행 중 보통주자본비율이 당국이 권고하는 최소규제비율(4.5%)에 미치지 못하는 은행 비중이 8%나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발생하는 은행의 자본부족분은 약 2200억달러로, 이들 국가 경제규모의 0.7%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은행들 중에서는 6%가, 또한 국제적으로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GSIB)에서도 3%가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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