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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광릉 국립수목원의 또 다른 얼굴을 아시나요?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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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숲 넘어 산림생물종 연구기관 역할 톡톡

세계일보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에서 광릉숲보전센터 수목생태학연구실 조사팀이 식생조사를 하고 있다. 8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전나무들이 빼곡한 이 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다. 대부분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종자를 증식하여 1927년쯤 조림한 나무들이다.


곧게 뻗은 전나무들이 가득한 숲속으로 가을 햇살이 스며들어 왔다. 진한 숲 내음이 전해졌다. 이곳 포천 광릉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에서 식생조사(일정한 장소에 모여 사는 특정 식물 집단의 구조, 동태, 분포, 기능을 밝히기 위해 하는 조사)를 하고 있는 광릉숲보전센터 수목생태학연구실 조사팀을 만났다.

광릉숲은 국립수목원이 있는 숲이기도 하다. 조선의 7대 왕인 세조가 묻힌 광릉의 부속림 중 일부로 500여 년간 엄격하게 관리됐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도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됐다. 광릉숲은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산림생물다양성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숲이다. 광릉숲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식물의 이해를 높이고자 1987년 조성된 광릉수목원이 국립수목원의 전신이다. 1999년 독립된 기관으로 신설된 국립수목원은 국내 최초 산림생물종 연구기관이며 전문전시원,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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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지의류 전문가인 오순옥 박사가 나무 표면에서 지의류를 채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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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은행 종자검사실에서 연구원이 종자 정선작업을 하고 있다.


많은 관람객들이 광릉숲 국립수목원을 찾아 숲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지만 연구기관이라는 점은 잘 알지 못한다. 국립수목원은 숲의 조성 및 관리와 함께 생물자원을 보존하고 그 중요성과 가치를 밝히기 위한 역할도 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야외 전시원에서 오순옥 박사가 연구를 위해 기후변화 대표종인 지의류를 채취하고 있었다. 지의류는 나무, 토양 표면 등에 서식하는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명력으로 우주 연구에도 활용된다. 멸종 위기 종으로 우리나라 난초 중에서 가장 꽃이 크고 화려한 ‘광릉요강꽃’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복원 연구도 진행 중 이다. 전시원을 따로 만들어 지난해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광릉숲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천연기념물 제218호 장수하늘소 복원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곤충사육동을 새로 구축해 장수하늘소를 비롯한 산림곤충자원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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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생물표본관 표본제작실에서 담당 연구원이 식물표본을 제작하고 있다. 표본은 해당 생물 종에 대한 가장 사실적인 시간적, 공간적 기록으로서 관련 분야 연구에 필수 기본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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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표본제작실에서 제작중인 하늘소 표본.


이처럼 국립수목원에서는 산림생물종과 희귀특산식물에 대한 조사와 수집, 보전과 복원하는 업무를 한다. 산림생물표본관은 국내외 식물 및 곤충표본, 식물종자 등 100만여 점 이상을 체계적으로 저장·관리하고 있다. 국내외 탐사를 통한 유용식물 수집과 이용기술 개발과 숲, 산림문화를 소재로 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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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박물관 수장고에서 연구원이 전나무 목재표본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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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보존이 필요한 국내외 종자들이 종자은행 저온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숲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했다. 숲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립수목원을 통해 산림생태계의 중요성과 숲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포천=사진·글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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