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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라자팍사 가문' 힘 더세져…대통령 권한강화 헌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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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 해임·의회 해산 권한 확대…야권 "독재자 나올 것" 비판

연합뉴스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왼쪽)와 마힌다의 동생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AP=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라자팍사 가문이 정치권을 완전히 장악한 스리랑카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더욱 강해지게 됐다.

대통령, 총리는 물론 내각 일부까지 라자팍사 가문이 차지한 가운데 대통령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다.

23일 이코노미넥스트 등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의회는 전날 밤 관련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8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 스리랑카인민전선(SLPP)은 군소정당과 연합을 통해 개헌 의결 정족수를 확보한 상태였다.

대통령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총리를 포함한 각료 해임권을 갖게 됐다.

5년 임기인 의회가 2년 6개월이 지날 경우 이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도 확보했다. 종전에는 의회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일 때만 대통령에게 해산권이 주어졌다.

아울러 이중 시민권자에게도 공직의 문호를 열어줬다. 이는 외국 시민권자들이 있는 라자팍사 가문에 유리한 안으로 평가된다.

스리랑카는 현재 대통령 중심제에 의원내각제가 가미된 정치 체제를 운용 중이다.

현 헌법은 대통령 권한이 상당히 축소된 상태인데 라자팍사 가문이 권좌에서 밀려난 때인 2015년 개정됐다.

이에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현행 헌법 때문에 많은 제약과 맞닥뜨려야 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했다. 현재 라자팍사 가문은 마힌다 총리를 포함해 5명의 의원과 3명의 각료를 배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까지 강화되자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가젠드라쿠마르 폰남발람 야당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권위주의적인 통치뿐만 아니라 독재자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마힌다 총리와 함께 2005∼2015년 10년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다.

당시에는 마힌다가 대통령을 연임했고 대통령이 겸임하는 국방부 장관 아래의 국방부 차관은 고타바야가 역임했다.

두 사람은 2009년 수십년간 진행된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의 종식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군이 4만5천여명의 타밀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 등 여러 인권 탄압 사건에 연루돼 국제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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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EPA=연합뉴스]



한편, 친중 성향으로 알려진 라자팍사 가문은 내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스리랑카 방문 때 까다로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딘 톰프슨 국무부 남·중부아시아 수석부차관보는 전날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할 것"이라며 "차별적이며 불투명한 관행 대신 우리가 제안하는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 옵션을 검토하라고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빚에 허덕이는 스리랑카로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톰프슨 차관보는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 스리랑카에 어렵지만 필요한 선택을 하라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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