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22일 피살 공무원 아들이 대통령에게 쓴 답장(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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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의 총을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의 형 이래진(55)씨는 23일 “해양경찰청이 동생을 인격 살인하고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해경이 숨진 이씨가 도박 빚을 이기지 못해 자진 월북을 시도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다. 이씨 측은 동생의 위령제를 지내고 돌아온 당일 해경이 이런 발표를 했다며 불쾌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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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월북 증거 아니다”
해경이 22일 오후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실종 공무원 신발 관련 설명 자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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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해경 발표는 월북 주장의 증거가 될 수 없다. (해경이) 여론전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동생 위령제를 지내고 돌아온 당일 이런 무지막지한 발표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동생 실종 한 달째를 맞아 지난 21일 연평도 수색현장을 찾아 해상 위령제를 열고 밤을 새운 뒤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해경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해경은 월북 근거로 제시한 슬리퍼에서 여러 명의 DNA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동료 2명 진술만 가지고 이를 월북 증거로 판단했으니 허술한 증거”라며 “결정적인 월북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고, 도박 빚으로 정신적 공황 상태였다는 정황만 나왔다. 도박으로 월북할 수 있다는 의사 소견도 없는데 발표를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A씨가 실족했다는 입장이다. 해경이 월북 근거로 제시한 표류 예측 정보와 전파관리소 남북 통화 기록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를 할 계획이다. 해경에 항의 성명서도 보낼 예정이다.
이씨는 또 "해경 중간발표가 조카(A씨 아들)를 힘들게 만든다"며 A씨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답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A씨 아들과 문 대통령은 정부의 월북 발표 등에 대한 편지를 한 차례 주고받았다. A씨 아들은 두 번째 편지에서 “대통령님의 말씀과 직접 챙기시겠다는 약속을 믿는다”며 “아빠를 잃었지만 어떤 분이신지 잘 알기에 명예까지 잃을 수는 없다”고 썼다.
이씨의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도 해경 발표를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씨가 연평도를 찾아 위령제를 지내고 돌아온 날 해경이 별다른 추가 증거 없이 또 월북 중간발표를 했다”며 “해경에게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지키는 의무가 있는 만큼 한 달 동안 북한군이 태운 시체를 못 찾은 것에 대해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동안 수색 과정이나 수색 범위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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