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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살해 협박·총기 위협 속에서도… 벌써 4200만명 사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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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美 대선 D-11]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11월 3일)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례 없는 사전 투표 열기로 이미 2016년 대선 투표자(1억3880만명)의 30%가 넘는 4214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마친 가운데, 미 전역에서 유권자 위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납치·살해를 협박한 사람이 체포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미국 치안·행정 당국은 대선 전후의 폭력과 소요 사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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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AFP·AP 연합뉴스,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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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는 “투표소에서 지지자들의 집회와 다툼이 벌어지고 총까지 등장했다”며 “사전 투표 현장에서 긴장감이 높다”고 보도했다. 사전 투표는 선거일 이전에 현장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 투표하는 사전 현장투표와 우편투표를 말한다.

이달 초 캘리포니아 네바다시티에서는 우편투표 수거함이 설치된 카운티 정부 건물의 주차장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약 300여명이 몰려들었다. 투표하러 이곳에 도착한 유권자들은 확성기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했고, 일부는 위압감을 느껴 투표를 포기했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는 사전 투표가 시작된 지난 17일 트럼프 깃발을 매단 차량들이 투표소 근처에서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질러, 카운티 당국이 수사를 시작했다.

최대 경합주 중 한 곳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는 한 경찰관이 총기를 포함한 정복을 착용하고 ‘트럼프 2020’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투표소에 나타나서 문제가 됐다. 민주당 측은 “투표자 위협”이라고 주장했고, 마이애미 경찰 당국은 이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경찰 노조는 “미국 헌법하에 경찰관들도 표현의 자유가 있고 플로리다주법은 정복을 입고 투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반박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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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마지막 TV 토론


메릴랜드주 프레더릭에서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를 납치·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한 남성이 비밀경호국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앞마당에 바이든·해리슨을 지지하는 푯말이 세워진 집을 찾아가 “바이든을 죽을 만큼 심하게 구타하고 권총으로 해리스 머리를 쏘겠다. (그들의) 지지자도 표적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를 남겼다고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이런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등 극우 단체들을 향해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말했고, “투표소에 가서 감시하라”고도 했다. 라티노 유권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 파밀리아 보타 교육 펀드’란 비영리 단체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2020년 선거를 막기 위해 정당한 유권자들을 협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트럼프와 윌리엄 바 법무장관,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치안·행정 당국은 이런 극단적 분열과 갈등이 폭력·소요 사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미시간주에서는 대선 직전 민주당 소속인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살해하고 주 정부를 전복할 모의를 한 혐의로 무장 민병대원들이 체포됐다. 이들은 실제 폭발물을 제조하고 군사 훈련도 했다고 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선거 당일 최악의 시나리오는 불법적 무장단체가 완전 무장한 채 투표소에 나타나 사람들이 투표하지 못하게 위협하고 극단주의 그룹들이 며칠씩 폭력적 시위를 하는 것”이라며 “사법 당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경찰국(NYPD)은 이날 모든 투표소에 경찰관을 파견하는 것을 포함해 투표자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시간주는 ‘선거 안전 전문가’를 고용하고 지난 16일 “유권자들은 투표소 안에서 공공연히 총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발표했다. 연방수사국(FBI)과 각 주 정부, 경찰 조직은 이미 이달 초부터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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