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박순철 남부지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0.10.1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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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수사해온 서울남부지검의 수사책임자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최근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에 따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 확대를 지시한 데 따라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면서 사실상 항명성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22일 검찰 내부망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봉현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김 전 회장의 폭로에 휘둘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을 뒤흔드는 상황을 에둘러 지적했다.
박 지검장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수사지휘 배제의 핵심 근거로 든 검사 및 야당 미리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 경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8월 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면서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 외 나머지 의혹에 대해 기존 수사를 살펴보면서 철저히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이 수감 중에서 수십차례 출정 조사를 통해 검찰에 회유를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 시 변호인이 총 54회 입회했고 조사내용을 담은 문건 (조서 또는 면담보고서)을 58건 작성해 거의 모든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고 그 조사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왔다"고 해명했다.
서울남부지검이 추미애 장관을 ‘패싱’하기 위해 중간보고 절차를 생략했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박 지검장은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장관을 향해 “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못박았다.
박 지검장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한 사건들의 선전 경위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추 장관을 향해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윤 총장이 본인 및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하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대해 이미 스스로 회피해 왔다는 점에서 추 장관이 굳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 총장을 향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사퇴할 것을 조언했다. 박 지검장은 " 2005년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그때와 상황은 똑같지는 않지만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충고했다.
박 지검장은 “그 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면서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박 지검장은 추 장관이 인사를 한 올해 1월과 8월 각각 의정부지검장과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돼 '추미애 라인' 검사장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의정부지검장 시절에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의 잔모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맡아 최씨를 기소 한 바 있다. 따라서 윤 총장과는 오히려 반대편에 서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박 지검장 본인도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했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면서 "의정부지검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했고 기소했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어쩌면 또 한명의 정치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라며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26년간 검사로써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들 다해 온 그저 검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박 지검장에 대해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스타일인데 저 분이 저럴 정도면 '오죽하면 박순철이 저러겠느냐'고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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