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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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건의 수사의 지휘를 맡은 박순철(사법연수원 24기)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전격 사퇴했다. 그는 이날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겠다”고 사직 인사를 밝혔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별도의 라임 수사팀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수사 총책임자가 ‘정치검찰’이 된 세태를 비판하며 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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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지휘배제 의혹 사실 아냐”
이날 사직인사를 낸 박 지검장은 ‘총장 손 떼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오전 9시 55분 검사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제목의 글에서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수사 지휘에서 배제되게 된 주요 의혹인 검사·야당정치인 비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박 검사장은 ▶검사비리 부분에 대해서는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고 ▶야당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지난 5월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하여 검찰총장께 보고했다고 적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무너졌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 페이스북 캡처] |
그러면서 그는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대검 반부패부장 등 보고하면서)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반부패부장 보고 누락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또 윤 총장 처가 관련 사건에 총장을 배제 시킨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해서도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처가)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짚었다.
추 장관이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석 달 동안 66차례 남부지검에 소환해 조사했다는 점을 들어 “(검찰이) 부당한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수용자를 이용해 부당하게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55회 소환 ▶59회 조사 ▶54회 변호인 입회’라고 사실관계를 정정하면서 “거의 모든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고 그 조사내용을 문서로 작성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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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지키려 나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의 발언 태도 등과 관련한 야당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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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검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들어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정치권력의 위법한 지시에 검찰 조직이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총장이 장관과 대등한 지위에서 지휘의 적법성을 따져 일선에 재지시할 법적 책임이 있는데, 이를 가로막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2005년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 대해 불구속 수사지휘를 했을 때 김 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는 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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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이냐”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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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라임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아라고 했다. 다만 “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는 제발 믿어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라임 사태의 본질은 다수에게 1조5000억 상당의 피해를 줬고, 김봉현 대표가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로비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고도 짚었다.
이에 그는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된다.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보여 져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이게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습니다”면서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고 글을 끝맺었다.
강원 인제 출신인 박 검사장은 법무부 법조인력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청주지검 부장 대구지검 제2차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온화하고 원리원칙적인 성품인 것으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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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말 한마디에…”탄식
이날 그가 올린 글에는 1시간 만에 3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주로 “사직인사를 거둬달라”, “조금만 힘을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한 검사장은 “형님의 진정성을 믿는다. 정치검사가 아니란 것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또다른 차장검사는 “‘사람이 자기가 보고싶은것만 본다’는 카이사르의 말이 최근처럼 절실하게 느껴진적은 없다”고 했다.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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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검사는 “조금 더 잘 살아볼 작은 욕심에 서민들이 피땀흘려 번 돈 2조원을 세치 혀로 순식간에 공중분해시켜버린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은 수십만쪽의 수사기록은 휴지조각 취급하고,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을 범죄조직 취급하며,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장관께선 이에 동조해 총장과 검사를 거짓말쟁이 취급하고 있다”며 “검사가 일부 정치적인 판단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인보다 정치적이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김수민·나운채·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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