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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시행착오로 바라 본 독점규제 역사 1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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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맨 지철호 전 공정위부위원장

세계일보

독점규제의 역사, 정부의 시장개입과 시행착오 130년

지철호/홀리데이북스/1만5000원

‘세계 최초로 독점을 규제한 1890년 미국 ‘셔먼법’ 이후 독점규제 130년은 시행착오의 역사였다.’

반(反)독점·경쟁정책 현장에서 30년 이상 이론과 실무 경험을 쌓은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신간 ‘독점규제의 역사, 정부의 시장개입과 시행착오 130년’을 21일 펴냈다. 지 전 부위원장은 기업결합팀장, 독점감시팀장, 카르텔정책국장, 경쟁정책국장 등 공정위 핵심 보직을 모두 거친 후 상임위원에 이어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유명했던 ‘공정위맨’. 2010년 카르텔조사국장 당시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 담합을 적발해 당시 사상 최대 과징금인 6000억 원을 부과했을 정도다.

지난 8월 용퇴한 지 전 부위원장은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신간에서 정부가 민간시장 활동에 개입한 독점규제의 역사를 ‘시행착오’라는 관점으로 통찰했다. 특히, 저자는 독점규제의 130년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역사를 거스르는 움직임이 국내에서 생겨나 점점 커지는 중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 근거로 독점규제법을 제정하여 집행하고 있는 미·독·일·중과 우리나라 등 5개 국가를 선정해 독점규제법 제정 배경과 이를 집행하면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저자는 미국 독점규제 역사를 설명하면서 “셔먼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트러스트가 아닌 노동조합을 잡아들이는 법이 돼버렸고, 법 시행 이후 트러스트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여 독점규제 역사에서 첫 시행착오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셔먼법’ 외에도 2개의 반(反)트러스트법을 더 제정해 3개를 만들고 집행기관 역시 법무성(검찰)과 연방거래위원회(FTC)으로 2개를 만든 것 등도 큰 시행착오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애초 미국에서 정부가 트러스트 문제에 개입한 것은 트러스트를 파괴하거나 궤멸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제하여 경제를 살리기 위함이었고, 이를 위해 법집행에 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지적한다. “법전문가 중심의 집행이 위험한 것은 카르텔 근절에 치중하다보면 카르텔과 함께 기업, 나아가 경제도 죽을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또 독점규제법 위반에 대해 형사 벌칙을 규정한 것은 매우 제한적이고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 활동과 관련된 위반행위에 과도하게 형사 벌칙을 규정하고, 이를 집행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개입하는 경우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저해하여 경제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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