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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기본소득은 정치상품…도입 필요성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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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본소득은 매력적인 정치 상품이지만 사회 안전망의 대안이 되긴 어렵습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가 21일 열린 '2021 한국 경제 대전망' 저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지만 경제 석학들은 그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보건복지 예산 162조원으로는 기본소득 월 30만원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향후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미래 세대에게는 매우 불만스러운 제도"라고 말했다. 또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일자리 파괴 현상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당분간 그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제도에 비해 빈곤층 소득 보장, 소득 재분배, 사각지대 해소, 경기 부양 효과 면에서 우월한지에 대해 학자 사이에서 아직 만족할 만한 합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에서 고용보험의 고용유지 지원제도를 통해 실직의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을 통해 사각지대를 고용 안전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석학들은 내년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 그 자체"라며 키워드로 '진퇴양난'을 제시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키워드는 미·중 갈등 등 대외 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오리무중·고군분투'였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오리무중은 '설상가상'으로 확장됐고 고군분투는 '기진맥진'으로 바뀌었다"며 "내년에는 대내외 모두 '진퇴양난'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수와 수출 사이 균형 △재정지출과 국가채무 사이 균형 △미국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스탠스를 '진퇴양난' 세 가지 유형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 내수시장이 작다고 하는데 찾아보면 확대 여력이 있다"며 "내부에서 동력이 될 산업을 찾아야 하고 그 방향은 원격의료 등 디지털·비대면 산업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양국 중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내놨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장기적으로는 중국이라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어려워 한국 기업에는 유리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기술 국산화로 가서 한국에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중 경제관계를 지금의 한일 관계처럼 (장기적으로 중국을 중시하면서) 한국이 중간재 공급시장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코로나19 충격으로 당분간 확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국가신용도 하락 등 우려가 많지만 한국은 채무를 부담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국제신용평가는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며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무 비중은 지난해 14.1%로 늘었지만 주요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또 "한국이 부담하는 국가채무 이자는 18조원가량인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1%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가채무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은 경계해야 하지만 현재 국가채무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류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최근 도입을 주장한 '재정준칙'과 관련해서는 "실효성과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정준칙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준칙 수단 선택(채무·지출 등)과 강도·예외 규정에 대한 적용, 정부 범위 설정, 정치적 독립성 보장기구 설립 등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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