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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월성 맡은 회계법인 "정부 원하는 결과 맞추는 작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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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전망단가 높다는 것을 산업부·한수원 모두 알고 있었다"

산업부, 장관 '즉시 가동중단 방침' 위해 입력변수 조정 압력

뉴스1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점검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의안과 직원들이 감사결과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2020.10.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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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 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조금 쓸쓸합니다"

감사원이 전날(20일) 발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 관계자 A씨는 월성1호기 운영정책 검토를 위한 경제성 평가용역보고서 초안 검토회의 후인 2018년 5월24일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에게 이러한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A씨는 감사원 감사에서 "이용률(70%→60%)이나 판매단가(과거 실적단가 60.76→한수원 전망단가 51.52원)를 변경해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경제성이 없어 조기폐쇄를 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이메일을 보냈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3일 월성1호기의 이용률을 85%로, 판매단가는 2017년도 판매단가 60.76원/kWh에 물가상승률 1.9%를 적용해 즉시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3427억원이고, 분기점 이용률은 20~30%라는 경제성 평가 재무모델을 작성했다.

이에 산업부는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의 '즉시 가동중단 방침'을 이행하기 위해 2018년 5월4일 회계법인과의 면담에서 판매단가와 이용률 등 입력변수와 관련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낮게 나오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산업부 B과장은 감사원에 5월4일 면담에 대해 "장관의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높게 나오면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라며 "실무자로서 회계법인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오는 요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장관이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계법인 관계자 A씨는 "산업부 B과장은 월성1호기의 이용률이 30~40%정도 될 것이라고 아주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면서 탈원전이 정책 기조인데, 우리(산업부)가 막말로 원전을 못 돌리게 하면 월성1호기의 이용률이 나올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산업부 B과장은 이날 면담에 한수원 직원들은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 계속 가동을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수원 직원은 제외하고 회계법인에 경제성이 낮게 나오는 방향으로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 C씨는 감사에서 "발주처를 제외하고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산업부가 감독기관으로서 갑의 지위에 있으므로 저는 산업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한수원 입장에서는 월성1호기에 대한 계속 가동을 원했으나 산업부는 이미 즉시 가동중단을 추진하고 있었다. 다시말해 산업부는 회계법인에 계속가동이 경제성이 없다는 방향으로 용역을 추진하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런 내용을 한수원이 듣는다면 산업부는 불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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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0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타당성에 관한 감사결과를 지난해 10월 감사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에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0.10.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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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2018년 5월7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1704억원, 분기점 이용률이 39.3%로 분석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초안을 받았다.

산업부의 연락을 받은 한수원 사장은 임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해 이용률을 낮게 반영하고 판매단가를 한수원 전망단가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시, 이를 회계법인에 전달했다.

회계법인측은 "한수원 전망단가가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아 경제성 평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한수원과 산업부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회계법인은 2018년 6월11일 중립적인 이용률 60%에서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224억원 이익, 분기점 이용률은 54.4%로 확정한 최종 보고서를 한수원에 제출했다.

A씨는 감사원 문답 과정에서 "제가 '한수원 중장기 전망단가'는 실제 단가와 5원(10%) 정도 차이가 있어 가격이 타당하다는 근거를 보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얘기했다"라며 "그리고 실제 판매단가가 한수원 전망단가보다 높다는 것은 산업부와 한수원 모두 알고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한수원이 시나리오 중에서 판매단가와 이용률을 선택해서 최종 결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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