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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인류세의 혼돈…지구에서 인간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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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착취' 시대에 인류가 살아남는 길에 관한 책들 출간

'하드코어 히스토리'·'포스트 피크'·'인류세 시대의 맑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인류가 지구 환경을 바꿔놓은 지질시대를 일컫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오존층 연구를 선도한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올 크루첸 박사가 '인류세'란 용어를 제안한 지 20년이 지난 오늘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인류세의 혼돈 속에 인류는 지구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를 다룬 책들이 잇달아 나왔다. 종말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생존 전략을 찾는 '하드코어 히스토리'(북라이프), 기술 발전이 오히려 환경친화적 미래를 앞당긴다고 낙관하는 '포스트 피크'(청림출판), 마르크시즘에서 희망의 서사를 말하는 '인류세 시대의 맑스'(창비) 등이다.

▲ 하드코어 히스토리 = 미국 언론인 출신으로 선구적 팟캐스터로 유명한 댄 칼린이 종말의 눈으로 인류 생존의 역사를 조망한 책.

페스트와 같은 대규모 전염병이 21세기에 다시 창궐할 것으로 상상한 현대인들은 많지 않았지만, 세계 각지에서 인류는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 역사상 가장 발전한 문명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받는 현시대의 인류는 종말이라는 거대한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역사가 반복될 것인가란 물음은 몇몇 역사적 사건을 기억한다면 굉장히 두려운 질문이다. 이 책은 코로나19로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극적인 변화가 실제로 발생한 몇몇 시기를 참고해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저자는 청동기 시대의 붕괴부터 핵무기 시대의 위기까지 우리가 언제나 벗어날 수 없었던 인류의 생존이라는 가장 절실하고도 중요한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반복됐던 수많은 위기와 사건들을 인류가 어떻게 해체 나갔는지 알려준다.

언젠가 인류는 종말의 위협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저자는 '지옥을 향한 길목은 언제나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답한다. 미국에서 지난해 출간된 이 책의 원제(The End is Always Near)와 같은 경고다.

김재경 옮김. 368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 =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의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지구의 자원을 점점 더 적게 쓰면서 나타나는 놀라운 변화를 다양한 도표와 지수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지구를 지키는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방향이 옳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금 더 가속하면 될 뿐이라고 역설한다.

전 세계에서 고도 기술을 토대로 시장 경제를 성장시키면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도발적이다. 그는 미국의 경제와 인구는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갈수록 전반적으로 자원을 덜 쓰고 있다는 자료들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서도 공기와 물을 덜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고, 멸종 위기 동물의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런 전환의 주된 원인을 기술과 자본주의의 협력으로 지목한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카메라와 캠코더, 자동응답기, 팩스 등의 생산이 줄어드는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의 자원을 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기술 위주의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자본주의는 규제하지 않으면 탐욕스러운 본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환경오염 기술을 청정 기술보다 더 비싸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에 따라 시민들에게 탄소세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한음 옮김. 392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인류세 시대의 맑스 = 미국의 진보적 역사학자 마이크 데이비스가 마르크시즘을 재료 삼아 인류세의 혼돈을 돌파할 희망의 서사를 말하는 책이다. 역사학자답게 풍부한 사료와 문헌을 활용해 마르크스주의의 여러 개념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사회체제와 생태환경 양쪽에서의 전환을 이뤄내자고 제안한다.

최근 유행하는 인류세 담론의 지나친 일반화가 경제 위기와 기후재앙에 대한 섬세한 대응을 막고 있음을 비판하면서도 19∼20세기 사회주의자들이 펼친 유토피아 담론들에 주목함으로써 도시의 공동체적 삶의 기능을 회복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명사적 위기를 타개할 활로를 찾는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모순이 집약된 초거대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공식 프롤레타리아들의 협력과 공공의 삶이 역설적으로 불평등과 생태 위기에 직면한 인류를 구원해줄 유일한 설국열차라고 말한다.

안민석 옮김. 380쪽. 2만원.

연합뉴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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