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다 못한 직원들 16개 비위 혐의 모아 신고
감찰반은 피해자 대면조사 없이 ‘실명 설문조사’만
징계아닌 ‘경고’ 그쳐…외교부 “적절한 조처 이뤄져”
강경화 외교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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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애틀 총영사관 부영사가 직원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의 막말을 일삼으며 ‘갑질’을 해왔다는 진정이 접수됐는데도 외교부가 미온적 대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르는 재외공관 사고로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직원들의 복무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여전히 ‘제식구 감싸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ㄱ부영사는 2019년 부임 직후부터 행정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 의원실에 접수된 피해자들의 제보 내용을 보면, ㄱ부영사는 “에이, ××새끼야” 같은 욕설은 물론,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내가 외교부 직원 중 재산 순위로는 30위 안에 든다”와 같은 상대를 무시하고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신고된 ㄱ부영사의 발언 가운데는 “나는 인간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 한다”,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할머니 덕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있었다.
견디다 못한 주시애틀 총영사관 소속 행정직원들은 지난해 10월 ㄱ부영사의 △폭언 △사문서 위조 △물품단가 조작 △예산 유용 등 16개 비위행위를 공간 간부에게 신고했다. 공관은 바로 외교부 본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 외교부 감사관실 감찰반의 현장 감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은 ㄱ부영사의 폭언 피해자인 행정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ㄱ부영사가 부임 전까지 감사관실 소속으로 근무해 본부 감사관이 ‘제 식구 봐주기’를 한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지난 1월 행정직원들을 대상으로 외교부 메일시스템을 통한 ‘실명 설문조사’를 벌이는데 그쳤다.
결국, ㄱ부영사는 폭언 2건, 부적절한 발언 1건이 확인돼 장관 명의 ‘경고’, 주시애틀총영사관은 ‘기관주의’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경고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가 아니다. 외교부는 이런 처분을 내린 이유로 “증언이 상반되고, 증빙자료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이태규 의원은 이번 사태를 두고 “외교부 내 복무기강 해이는 물론 강경화 장관이 부서 내 비위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실례”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외교부는 제보 내용에 대해서 정밀조사를 실시했고 이런 정밀조사를 바탕으로 해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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