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인권 무시해온 ‘나눔의집’

前운영진 “버릇 나빠진다” 부당언행 확인

비공개 신상 요청도 무시…홍보 적극활용

인권위, 법인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 권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 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나눔의집’. [연합]

국가인권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번에 인권위가 조사한 피해자는 모두 7명으로, 이 중 1명은 고인이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진상 조사를 통해 나눔의집 전임 운영진이 피해자들을 지칭하며 “버릇이 나빠진다” 같은 부당한 언행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운영진이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한 피해자(고인)의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나눔의집 홍보에 활용해 왔고, 시설 증축 공사 시 충분한 안내 없이 피해자들의 개인 물품을 이동, 훼손한 점도 확인했다.

이번 인권위 조사는 나눔의집 관계자의 진정으로 진행됐다. 이외에도 진정인은 ▷피해자의 경복궁 관람 요청 거부 ▷부적절한 의료 조치·식사 제공 ▷피해자들 간 폭력 문제 방치 ▷후원금 사용 관련 부당한 처우를 주장하며 인권위에 관련 증거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나눔의집 전임 운영진은 “진정인의 주장들의 사실관계가 과장·왜곡돼 있고, 피진정인들이 관리 책임을 다했음에도 직원들이 본인들의 잘못을 관리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전임 운영진은 인권위의 조사 진행 중 사임했다.

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버릇이 나빠진다’ 등)운영진의 발언을 들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어이가 없다’, ‘당황스러웠다’, ‘화가 났다’ 등으로 반응했다는 점 등에서 충분히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조사를 통해 진정인의 주장의 일부가 피해자들이 특수한 각자의 계기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낸다는 것은 매우 공익적인 행위이지만, 본인의 경험이 알려질 경우 개인과 가족들에게 미칠 피해를 염려해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라며 “이는 자기결정권, 인격권, 명예권과도 관련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시설 공사 당시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피해자들의 물건이 옮겨졌다”며 “피해자들의 분명한 의사에 반하는 조치였으나 그 사유가 부득이하거나 급박한 상황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나눔의집의 ▷법인 이사장에게 시설에 대해 기관경고할 것 ▷원장·법인 이사장에게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고인)의 개인정보와 관련해 유족과 협의·조치할 것 ▷전임 운영진(피진정인)에게 인권위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는 후원금 부당 사용 관련 주장에 대해서는 “후원금이 피해자들의 처우를 위해 충분하게 쓰이기를 원하는 후원자들의 입장은 타당한 요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수준이 인권 침해적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워, 시설 법인의 후원금 운영과 관련한 사항은 직접적인 조사 대상에 해당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이 같은 사안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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