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관계’없으면 법적 처벌 못해
‘모르는 사람’ ‘큰 사고’ 나야 제재 가능
‘신림동 원룸 침입’도 주거침입죄만 적용
2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2017년에도 피해 여성에게 집요하게 만남을 제안했고, 위협을 느낀 피해 여성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사자들은 물론 가족들도 대면한 끝에 비교적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번 범행 일주일 전 피해 여성이 사는 전북 전주로 거처를 옮긴 가해자는 이달 16일 “만나 주지 않으면 죽어 버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17일 오후 8시5분께 피해자가 거주하는 전주의 한 아파트 3층 계단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
문제는 가해 남성이 피해 여성과 연인 등 지속적 관계가 없었던 이상 ‘스토킹 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의 경우 ‘지속적 괴롭힘’에 해당한다. 다만 지속적 연인 관계가 아닌 ‘모르는 사람’의 경우, 큰 사건이 번지기 전에 제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공분을 산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의 가해자도 주거침입으로만 처벌받았다. 당시 피해 여성이 비밀번호 키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뒤따라간 가해자는 문고리에 손을 대며 들어가려 시도했다. 법원은 구체적 강간의 행위에 착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주거침입죄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토킹의 경우 데이트 폭력의 일부로 봐 헤어진 연인의 경우 경미하게라도 처벌이나 경고가 내려질 수 있지만, 특별한 관계가 없다면 처벌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3회 이상 교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처벌한다’는 경찰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를 피해자가 입증하기 어려울 뿐더러,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제대로 조치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피의자 중심으로 돼 있다. 스토킹 처벌이 강화돼야 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합리적 공포가 있다면 적극적 예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피해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폭발물을 터뜨린 가해자도 과거 한 차례 교제를 요청했을 뿐 피해 여성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었다. 자해였던 만큼 여성이나 가족을 해칠 의도도 없었다. 이에 따라 그는 폭발물사용죄 등으로만 처벌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도 “3년 동안 꾸준한 괴롭힘이 있었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스토킹 처벌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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