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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ICT 강국인데 역사는 '나몰라라'…정보통신박물관 설립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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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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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데 우리나라에는 정보통신 박물관이 없는 건가요?"

5세대(5G) 첫 상용화 등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 마땅한 정보통신박물관이 없어 정보통신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정보통신박물관 추진 계획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3면>

19일 정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4일 한성정보총국 개설 135주년을 기념해 온라인 전시관 'KT텔레뮤지엄'을 선보였다. 온라인을 통해 KT가 소장한 6000여점의 통신 사료를 소개하고 체험하는 전시다.

KT 관계자는 "원래는 더 짧은 영상으로 하려고 했는데 좀 더 세분화해서 만들었다"며 "반응이 좋으면 예산을 확보해 중장기적으로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열린 온라인 전시를 제외하고는 직접 찾아가서 통신 역사 기념품이나 사료를 볼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KT가 자체적으로 약식으로만 전시하는 정도다. 정보통신 역사 관련 사료 등은 대부분 KT 원주연수관에 보관돼 있다.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

반면, 해외에서는 대부분 정보통신 박물관이 마련돼 있다. 박물관 인력 풀은 정보통신 역사 관련 학술단체에 준하기도 한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중국은 베이징에 중국통신박물관이 설립돼 있고, 일본은 도쿄에 큰 규모로 NTT 기술 역사관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 발전은 135주년에 달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최초 통신은 1885년 9월28일 지금의 서울 세종로에 한성전보총국(KT의 전신)이 개국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인터넷 강국이 되기까지 통신사업 5개년 개발 계획부터 전국광역 자동화, 전국 초고속 통신망 구축까지 수많은 전환기가 있었다.

정부에서는 매년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을 열고 정보통신 발전 공로자에게 포상 등을 하는 등 기념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정보통신 역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가 없어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우리나라에 아예 정보통신박물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3년 서울 용산에 정보통신박물관을 세웠으나 폐관됐으며, 1996년 충청남도에 충남정보통신박물관을 설립하려 했지만 청사 임대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단순 유물 전시뿐 아니라 역사 편찬이나 전문전담 인력의 양성을 위해 정보통신 분야도 박물관을 개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역사학회 홍성무 부회장은 "정보통신 박물관이 있어야 전문 인력 양성도 할텐데 정보통신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묵살되고 있다"며 "해마다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정부는 ICT 미래 기술 투자 등에만 집중하고 있어 정보통신박물관 개관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보통신 관련 박물관 설립 추진 계획은 없다"며 "필요성이 있다면 하겠지만 박물관 개관의 경우 예산 타당성 심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자고 있는 유휴청사나 건물을 활용하면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정보통신 박물관을 세울 수 있다는 대안도 있다. 정보통신 발달이 가속화돼 자동화, 전자화되면서 박물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휴청사나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 실제, 스웨덴 통신박물관도 유휴건물을 활용해 세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 정부들이 우리나라가 ICT 강국이라고 자랑하며 홍보하고 있지만 정보통신이 발전해온 흔적과 자료들이 창고에만 보관돼 있다"며 "유휴건물을 활용해 정보통신의 역사적 유물과 사료를 관리하고 이를 연구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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