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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유럽 이어 개도국서도 '反화웨이' 나선 美… "삼성 장비 쓰면 금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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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매출의 4분의 1 차지하는 유럽·아프리카 시장서 전방위 압박 나선 미국
美 국제개발처 차장 "중국이 아닌 민주국가와 거래 개도국에 수십억달러 차관 제공"

유럽 등 서방 동맹국을 중심으로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구해 온 미국이 이번에는 개발도상국에서도 '반(反)화웨이' 캠페인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장비 의존도가 큰 이곳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얼마나 통할지 주목된다.

조선비즈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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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각)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보니 글릭 차장을 인용해 "중국이 아닌 '민주 국가'가 공급하는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금융지원이라는 새로운 공격 카드까지 내세운 것은 이 시장이 그만큼 중국 의존도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 초 아프리카,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화웨이와 ZTE 통신장비 비중은 50~60%에 육박했다.

화웨이로서도 이곳은 유럽과 함께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화웨이는 유럽을 포함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2060억위안(약 3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5067억위안)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으로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했다.

USAID는 금융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직원을 개발도상국에 파견, 정치인 및 규제당국과 회동할 예정이다. 글릭 차장은 화웨이와 ZTE 통신장비 사용은 '나쁜 생각'이라고 설득할 방침이라고 WSJ에 밝혔다.

이들은 중국 통신장비가 '사이버 스파이'에 취약하고, 중국 국영은행들의 금융 지원은 결국 수령국을 '빚의 함정'에 빠뜨릴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개도국들을 설득할 방침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송윤혜




대신 USAID는 미국에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공급사가 없는 만큼 개발도상국과 에릭슨(스웨덴), 노키아(핀란드), 삼성전자(005930)(한국)의 거래에 자금을 댈 계획이다.

당초 미국의 화웨이 장비 퇴출 압박은 5G 투자를 앞둔 유럽시장에 집중돼 왔고, 영국·폴란드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다만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화웨이 장비 채택 여부에 대해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은 화웨이 통신 장비를 배제시키기 위해 기존에는 주요 정보 공유 중단 등 ‘채찍'을 주로 사용했다면 이젠 ‘금융지원' 같은 ‘당근’도 제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화웨이를 가장 압박하는 것은 통신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칩 조달이 막힌 것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압박 자체가 당장 비즈니스를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전방위로 화웨이를 압박하고 있다는 하나의 제스처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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