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백화점 관계자들이 `해밀턴×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라이브 방송(라방)을 하고 있다. 모바일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라방`은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10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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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은 한 장씩 따로 결제해야 하나요?" 지난달 24일 온라인 쇼핑몰 '티몬'의 라이브 방송국. 쇼호스트가 보고 있는 화면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질문 중 유독 쿠폰 사용법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이날 판매 상품은 편의점 CU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뚜기 컵밥' 쿠폰. 구매자가 직접 점포에 방문해 제시해야만 쓸 수 있는 상품이었다. 쿠폰을 여러 장 구매한 사람들이 쿠폰을 한 장씩 보여줘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이 지속적으로 나온 것이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쇼호스트는 곧바로 "여러 장을 구매하신 분들도 결제는 한 장씩만 가능하다"며 질문에 답했다. 유사한 내용의 질문이 방송 내내 이어졌지만 쇼호스트는 추가 설명과 함께 사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방송이 진행되는 약 1시간 동안 쇼호스트는 '컵밥 먹어주세요' '맛을 묘사해주세요' 등 이어지는 시청자들의 주문에 따라 상품을 맛보고 맛을 설명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 라이브 방송(라이브 커머스)이 새로운 개념의 쇼핑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게 익숙한 MZ세대는 물론,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중장년층까지 실시간 쇼핑 방송에 주목하고 있다. 비대면 소비 확산을 배경으로 일명 '라방'으로 불리며 친숙함을 얻으면서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라방이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실시간 소통에 있다. 채팅을 통해 상품에 관해 질문하거나 요청하면 판매자가 이를 확인하고 즉각 대응하는 식이다. 방송이 진행되면서 시청자들과 쇼호스트 사이에 형성되는 유대감도 라방을 효과적인 판매 수단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업계에 따르면 라방의 원형은 중국이다. '즈보(直播)'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2016년 타오바오, 징둥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도입한 이후 유명 인플루언서(왕훙)가 타오바오, 위챗, 틱톡 등 SNS로 활동 거점을 넓히면서 시청자 수를 급격하게 늘렸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월 중국 네티즌 가운데 라방 이용자는 약 2억6500만명으로 추산됐다. 중국 전체 네티즌 10명 중 3명이 라방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국 라방 시장 규모는 4338억위안(약 74조원)으로 2017년 190억위안(약 3조원)을 기록한 이후 2년 만에 20배 넘게 늘어났다. 올해는 9610억위안(약 170조원)으로 작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법인에 라방 담당 파트를 운영하며 시장 성장에 대응해왔다. LG생건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온라인 매출 중 라방 매출 비중은 2019년 38%에서 올해 64%로 급증했다"며 "올해 라방 매출 규모도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효과가 입증되면서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그립 등 라방 전문 운영업체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체도 라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 등 대형 유통채널뿐만 아니라 편의점, 면세점 등도 합류하고 있다. 라방을 통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체들은 별도 스튜디오 촬영 외에도 현재 운영하는 점포에서 방송을 진행하면서 기존 채널과의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유통채널에 비해 구매전환율이 높다는 점도 라방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국내 온라인 쇼핑의 구매전환율을 1%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라방의 구매전환율은 5~8% 수준으로 추정된다. 1회 방송에서 100명의 시청자 중 많게는 8명이 구매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판매자에 따라서는 그 수치가 20%까지 올라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인 판매에 비해 시청자가 판매자에게 갖는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박대의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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