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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시절의 '숨은 영웅'…민주화운동 40년 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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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선생 회고 대담서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선생의 삶은 그 자체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궤적이다. 1960년 4·19혁명에 그가 있었고, 1970년대에도 재야 민주화운동의 기획 구심점 역할을 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정점이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폭로한 이도 바로 그였다.

1960년대부터 군사독재에 맞서 재야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김정남(78ㆍ金正男) 선생의 회고 대담서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가 출간됐다. '민주화운동 40년 김정남의 진실 역정'을 부제로 한 이번 신간은 인권변호사들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협력자, 김지하의 친구, 김영삼 연설문의 작성자 등 많은 역할을 막후에서 감당하며 민주화운동을 기획하고 뒷받침해온 선생의 인생 역정을 담아냈다.

책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담하는 형식으로 그의 뜨거웠던 삶을 세세히 들려준다. 국내외에서 민주화에 협력했던 숨은 주역들의 이야기와 박종철 고문치사 등 주요 사건의 내밀한 사정을 방대한 분량으로 꼼꼼하게 담고 있는 것. 개인의 일대기를 넘어 우리 현대사와 민주화 운동사라고 하겠다.

연합뉴스

김정남 선생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 출신인 그는 고교 때 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대전의 3·8민주의거에 참여함으로써 민주화 투쟁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정치학과에 진학한 뒤 '운동권'의 중심에서 대학 시절 내내 활동해 군사정권의 요주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서울대 운동권 서클 '불꽃회' 사건으로 첫 옥살이를 한 것은 긴 민주화 투쟁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었다.

이후 민주화 역사의 굵직한 현장마다 선생의 손발이 닿았다. 1970년대 김지하 구명운동의 실무 역할을 주도했고, 민주회복국민회의와 3·1민주구국선언 등에 참여해 재야 민주화운동을 기획했다. 1·2차 인혁당 사건, 오원춘 사건,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등 수많은 시국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고 변론하는 작업에도 앞장섰다. 특히 선생이 제창한 '양심선언운동'은 국가폭력을 폭로하는 효과적 방법으로 민주화운동 진영에서 널리 활용됐다.

투쟁의 정점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 폭로였다. 그는 당시 옥중에 있던 이부영(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편지를 받아 박종철 치사사건의 주범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명의의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 이 폭로로 민주화 요구는 국민들 사이에서 거세게 일어났고, 6월항쟁과 호헌조치 철폐,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지는 극적 민주화 과정을 이뤄낼 수 있었다.

책에는 민주화 이후 천주교의 평화신문 편집국장으로 일하며 의미 있는 기사를 만들어낸 이야기,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문민정부의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으로 일한 이야기 등도 담겼다.

그는 특히 신자로서 천주교라는 울타리를 활용해 국가폭력 피해를 폭로하고 민주화운동 인사를 보호·지원해온 정의구현사제단과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였음을 보여주는 영화 '1987'에서 재현된 사제단과의 관계는 당시 재야 민주화운동을 상징해준다.

책에서 그가 강조하는 바는 이른바 '업적'에 있지 않다고 한다. 김지하, 김영삼, 김수환, 윤보선, 조영래, 김근태 같은 유명 인사들을 단순 열거하는 일도 아니란다. 진실과 정의가 필요한 순간에 인생이 바뀔 각오를 하고 도와준 이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게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는 것이다.

대담자 한인섭 교수는 발문에서 "세속적으로 선생은 무존재에 가까웠을지 모르지만,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냈고, 어쩌면 천 개의 바람처럼 곳곳에 있었다"며 "그 같은 인물은 유례를 찾기도 어렵기에 누구에 비견하기도 어렵다"고 존경심을 표시했다.

한 교수는 이번 책에 앞서 '인권변론 한 시대'(홍성우 변호사), '이 땅에 정의를'(함세웅 신부) 등의 민주화운동 심층 대담집을 펴낸 바 있다.

창비. 692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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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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