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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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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 '취기를 빌려' 인기 ... 웹툰 OST, 음원시장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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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산들(왼쪽)이 부른 웹툰 '취향저격 그녀'의 OST '취기를 빌려'. W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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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1위에 빛나는 방탄소년단의 ‘Dynamite’와 블랙핑크의 신곡 ‘Lovesick Girl’. 요즘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치열한 2파전을 벌이고 있는 곡이다. 그런데 그 사이로 유유히 국내 음원 사이트 주요 순위를 지키고 있는 노래가 있다. 그룹 B1A4의 산들이 부른 ‘취기를 빌려’다.

이 곡은 지난 7월 차트에 첫 진입하더니 지난 6일 기준 멜론 월간차트 2위, 벅스 주간차트 5위, 지니뮤직 월간차트 6위, 플로 일간차트 3위를 차지했다. 유명 아이돌의 신곡도, 인기 드라마의 삽입곡도 아닌 이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바로 다음웹툰 ‘취향저격 그녀’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다.


'취향저격 그녀'는 대학교를 배경으로 같은 과 선배와의 비밀스러운 동거 라이프를 그린 웹툰으로 현재 시즌 2까지 완결됐다. 평점 9.9에 누적 조회수 2.2억을 기록, 연재 당시 주간 조회수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웹툰의 인기가 음원 순위에까지 스며든 것이다.

웹툰이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이제 'OST'라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를 떠올리는 것을 넘어 웹툰도 포함된 것이다. 음원시장의 신흥 강자로 ‘웹툰 OST’가 떠오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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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이 부른 웹툰 '취향저격 그녀'의 OST '취기를 불려'는 수개월 째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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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하며 평면 화면을 쭉 내려보는 웹툰에다 소리를 입혀보려는 시도는 2011년 나타났다. 호러 웹툰 ‘옥수역 귀신’이 으스스한 느낌의 음향효과를 넣어서 화제를 모았다. 2012년 작곡가 조은선율은 웹툰 ‘안나라 수마나라(하일권)' ‘지상 최악의 소년(정필원)’, ‘다이어터(캐러멀)’ 등에 넣었던 음악을 따로 모아 디지털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웹툰에도 OST가 들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됐다. 순끼의 ‘치즈 인더 트랩’, 기안84의 ‘패션왕’, 이종범의 ‘닥터 프로스트’, 232의 ‘연애혁명’ 등 인기 웹툰엔 자연스럽게 OST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이 때까지 웹툰OST가 본격화됐다고 보긴 어렵다. 독특하고 참신한 새로운 시도, 혹은 웹툰 독자를 위한 ‘팬서비스’ 성격이 짙었다. 당연히 유명 작곡가나 가수가 참여하는 경우는 없었고, 음원차트 진입 역시 꿈 같은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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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그녀' OST는 주요 음원 차트 10위권 내에 4곡을 한꺼번에 올리기도 했다. 다음웹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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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분위기기 최근 뒤집혔다. 최근 발매되는 웹툰 OST에는 웹툰의 세계를 잘 모르는 사람도 알아볼만한 가수들이 등장한다. ‘취향저격 그녀’ OST 작업에는 그레이, 규현, 카더가든, 크러쉬, 몬스타엑스, 정은지 같은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웹툰 독자들만 듣는 OST가 아니라, 가수의 팬들까지 덩달아 찾아듣게 되는 OST가 됐다. 웹툰 OST의 음원차트 진출은 그렇게 이뤄졌다.

'취향저격 그녀' OST 곡인 크러쉬의 ‘스위터 러브’, 카더가든의 ‘밤새’, 산들의 ‘취기를 빌려’, 규현의 ‘내 마음이 아찔했던 순간’은 한 때 벅스차트 3위, 7위, 9위, 10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10위권 내에 4곡을 한꺼번에 올리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오히려 해당 가수 팬들이 음악을 접한 뒤 되레 웹툰을 찾아보면서 웹툰이 다시 인기를 얻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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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연(왼쪽)이 부른 웹툰 '연놈'의 OST 'Why'. 이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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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가수들의 웹툰OST에 나서는 건 당연히 웹툰시장 팽창에 따른 것이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1조원대(거래액 기준)에 이른다. 이 정도 규모가 되니 웹툰업계도 유명 가수와 공동작업을 하는데 따른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누적 조회수 3억7,000만뷰에 달하는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툰 ‘달빛조각사’ OST에는 이승철, 박보검 등이, 네이버웹툰 ‘연놈’에도 '드라마OST퀸'이라 불리던 백아연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웹툰만의 장점도 있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원은 "영화와 드라마는 짧게 끝나기 때문에 보통 종영과 함께 OST의 수명도 다 하는 반면, 인기 웹툰의 경우 수년 간 연재를 이어가기 경우가 흔해서 웹툰 OST는 노래 그 자체로 훨씬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활발해지고 있다. 웹툰 OST의 생명이 또 한 번 길어진데다, 이제는 ‘원소스멀티유즈’에 기여하는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 실제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은 ‘슈퍼 콘텐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래퍼 비와이가 부른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OST와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음웹툰의 정환석 부사장은 “원작 웹툰이 확장할 수 있는 2차 창작물의 장르나 형태에는 한계가 없다”며 “‘취향저격 그녀’ OST의 성공은 음원시장에서의 성공사례를 구축해냈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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