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제도 완화의 잔치는 금방 지나가…최대 피해자는 독자들"
한국출판인회의-한국작가회의, 공동 여론조사·작가토크 개최
한국출판인회의 페이스북 캡처 |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정부의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에 출판·서점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작가들도 도서정가제 지키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는 6일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강당에서 작가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소설가 한강, 박준 시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가 참여한 작가토크를 개최했다.
◇ "작가 10명 중 7명, 도서정가제 현행 유지 또는 강화 의견"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작가회의는 지난달 말 전국의 작가 3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작가 10명 중 7명이 현행 제도를 유지 또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밝혔다.
한국출판인회의 페이스북 캡처 |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시행한 이번 조사에서 실제로 응답한 작가 1천135명 가운데 도서정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9.7%로 가장 많았으며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30.2%로 집계됐다.
반면, 할인 폭 확대 등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30.0%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한국출판인회의는 "도서정가제가 시장경제 논리로부터 출판계 전체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되어 왔다는 한국작가회의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창작자들도 도서정가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도서정가제가 현재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질문한 결과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47.1%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33%)보다 1.5배 많았다.
한국출판인회의 페이스북 캡쳐 |
도움이 되는 분야를 중복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가격 경쟁의 완화'(62.8%)가 가장 많았고 '작가의 권익 신장'(58.5%), '동네서점의 활성화'(54.8%), '신간의 증가'(31.7%), '출판사의 증가'(18%) 등의 순이었다.
책값의 할인과 마일리지 제공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책값 인상을 방지했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였다. 응답자의 절반은 도서정가제가 책값의 거품을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비율(30.8%)보다 20%포인트 정도 높았다.
응답한 작가의 43%는 도서정가제가 신간 출간에 도움이 됐다고 밝혀 부정적인 답변(33.9%)보다 많았다.
한국출판인회의는 2014년 11월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2013년 6만1천548종이던 신간 종수가 2017년에는 8만1천890종으로 33% 늘었다는 출판 통계와도 유사한 흐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작가 85.1%는 출판문화산업이 지식과 교육, 문화 산업의 근간으로 보호되고 육성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은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 2천300여명과 한국출판인회의가 제공한 비문학 작가 1천200명으로 비교적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이는 문학과 비문학 작가들을 고루 망라했으며 신뢰도 95%에 표본 오차는 ±2.9% 수준이다.
◇ 한강 "제도 완화의 최대 피해자는 독자들과 아직 어린 세대들"
소설가 한강 |
소설가 한강은 작가토크에서 도서정가제 폐지 국민청원과 관련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폐지된다면) 이익을 보거나 어떤 무엇인가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라며 "주로 작은 사람들, 예를 들어 출발선에 선 창작자들, 작은 플랫폼을 가진 사람들, 뭔가 자본이나 상업성 너머의 것을 고민하고 시도하고 모색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이 아주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그런 모색을 하지도 않지만, 누군가 그런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일어나는 사회 변화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게까지 파장을 미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짧게 보면 좋을 수도 있다. 재고가 쌓였던 큰 플랫폼은 저가에 처리할 수 있고, 우리도 싼값에 책을 사면서 몇십만원 이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잔치는 금방 지나가게 되고, 작은 출판사들, 그런 것(다양성과 대안을)을 모색하는 가능성들의 죽음을 겪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독자들 그리고 독자가 될 수 있는 아직 어린 세대들"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로서보다 독자로서 더 염려된다는 한강은 정부가 별다른 지원에 나서지 않았지만, 도서정가제를 기반으로 1인 출판사나 동네서점이 자발적으로 생겨났다며 "아직 힘들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좀 더 자라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준 시인은 "작가 입장에서는 정부가 기존의 정책을 뒤엎거나 폐지하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운동성에 누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될 새로운 정책이 더 생겨나도록 했으면 한다"고 정책당국에 제언했다.
아울러 한국작가회의는 설문조사 자료에 소설가 김연수, 이병률 시인, 김중석 그림책 작가, 이금이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등이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발언들도 함께 소개했다.
김연수는 "책의 미래는 베스트셀러를 싼값에 살 수 있는 컴퓨터 화면에 있지 않습니다. 더 전문화된 출판사에서 펴낸 더 다양한 저자의 책을 더 가까운 서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상에 있습니다. 도서정가제는 그런 미래를 만듭니다. 산책 나간 길에 동네서점에서 흥미로운 책을 사들고 돌아와 읽는 밤을 꿈꾸기에, 도서정가제를 지지합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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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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