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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북한 연평도 피격 사건

해경 “北피격 공무원 자진 월북”…兄 “소설 쓰네”(종합3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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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바닷길 어떻게 갔나' 의문 여전…뗏목 만들었을 가능성

뉴스1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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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박아론 기자,정진욱 기자 =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어업지도 공무원 A씨(47)의 실종 전 행적을 추적하고 있는 해경은 “A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A씨 가족은 “해경이 소설을 쓰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A씨가 월북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바닷길을 헤쳐 나갔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경은 지난 21일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22일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A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냈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 28일 국방부를 방문해 A씨가 북측에 의해 발견될 당시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사실상 A씨의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렸다.

◇해경 “A씨, 발견 당시 북측에 ‘월북 의사’ 표현”

해경은 또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었고 북측이 A씨의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 등도 ‘자진 월북’의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던 점에서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A씨 실종 당시 해역의 표류예측 결과도 A씨의 단순 표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씨가 실종된 지난 21일 조석, 조류 등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북쪽이 아닌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이를 바탕으로 인위적인 행위 없이 A씨가 실제 발견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그러나 구명조끼의 출처, 부유물의 정체, 시신 훼손 사실 등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해경은 A씨가 도박 등으로 3억원이 넘는 채무에 시달렸던 사실도 파악했다.

해경은 “금융계좌 조회 등을 수사한 결과 A씨의 채무는 3억3000만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중 도박 빚이 2억6800만원이었다”며 “도박은 인터넷을 통해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빚 때문에 월북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며 “A씨는 21일 0시 당직근무에 들어가기 직전인 20일 오후 11시56분부터 아들과 통화했고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뉴스1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47)의 형 이래진씨(55)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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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형 “해경, 추정만 갖고 결론” 분통

이런 해경의 발표에 대해 A씨 친형 이래진씨(55)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이씨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해경 발표는 소설”이라며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최소한 사건사고에 대해 발표하려면 현장 시뮬레이션 자료 혹은 수사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데, 해경은 추정만 갖고 결론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이후 이날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단과 기자회견을 갖고 “(동생이) 실종돼 30여시간 해상에서 표류하는 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마지막 죽음의 직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6시간 동안 살리려는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생의 죽음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두번이나 존재할 때 가만히 있다가 북측의 NLL(북방한계선) 0.2마일 해상에서 체포돼 죽음을 당해야 하는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라며 “반드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씨, 바닷길 38㎞ 어떻게…의문 여전

해경의 ‘자진 월북’ 결론에도 불구하고 핵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38㎞나 되는 바닷길을 어떻게 갔을까'라는 것이 의문의 핵심이다.

해경의 발표를 종합하면 A씨는 구명조끼를 착용한 후 스스로 바다에 뛰어 들어 월북했다가 북측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북측의 총격을 받은 북한 등산곶 해역은 실종지역인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북서 방향으로 약 38㎞ 떨어졌다.

결국 A씨가 자력으로 월북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인데, A씨가 어떤 방법으로 바닷길 38㎞를 갔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갖가지 설이 난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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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27일 전남 목포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정박하고 있는 가운데 승선원들이 펜더를 내리고 있다.(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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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무궁화10호에 있는 펜더 부이를 엮어 뗏목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배와 배 사이의 완충역할을 하는 펜더는 특수재질로 만든 사각기둥 모양이다. 펜더는 가로 25㎝, 세로 15㎝의 사각기둥 12개~16개를 묶어 만든다. 이 펜더 2개를 엮으면 사람 1명이 엎드릴 공간이 만들어지고 손과 발을 이용해 바다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바다에서 조류 등을 뚫고 38㎞나 이동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이 의문은 국방부가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한 당시부터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많은 눈 피해 북쪽으로?…납득 안돼

이밖에 A씨가 우리 수역에서 장시간 머물렀는데도 불구하고 해경은 물론, 군과 어민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으로 제기된다.

이 지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으로 군과 해경이 집중경계를 서는 곳이다. 또한 이 시기는 가을 꽃게철이어서 우리 어민은 물론, 불법조업하는 중국어선이 많이 몰려 있다. 이 많은 눈을 피해 A씨가 자력으로 월북했다는 게 납득이 안된다는 반응이 많다.

A씨는 무궁화10호에서 당직근무를 서던 지난 21일 오전 1시35분 동료에게 "문서작업을 하러 간다"고 말한 뒤 실종됐다. 동료들이 A씨 실종 신고를 한 시간은 이로부터 10여시간 지난 낮 12시51분이다. 선미 우현에서 A씨의 슬리퍼를 발견하고 나서다.

A씨는 하루 뒤인 이달 22일 오후 3시30분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으며 6시간10분 뒤인 오후 9시40분께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inam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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