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애도·사과 표명에 “유족으로서 감사”
여당·군 ‘월북 사실’ 발표에는 “법정대응하겠다”
사자명예훼손죄, 군의 허위사실 발표·고의성 입증이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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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북한의 총격으로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의 친형 이래진(54)씨가 A씨의 월북설을 제기한 군을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2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동생의 죽음에 ‘월북설’을 제기한 군 당국에 사자명예훼손죄를 묻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을 위해) 변호사 자문을 구하는 중이다. 유해를 찾는 데에 집중한 이후 법적 조력을 받아 군과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2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내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공동조사·재발방지 특별조사위원회의 “한미 첩보를 바탕으로 A씨의 월북 사실이 확인돼 가고 있다”는 발표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씨는 “전날 대통령의 애도 말씀과 사과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해경이 동생의 죽음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여당과 군이 ‘월북’으로 단정지어 소송을 결심했다”며 “동생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공개 방송된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그는 “군은 ‘북한군이 동생을 6시간 심문하고 총살했다’고 발표했다가 ‘동생을 밧줄에 3시간 동안 매달고 다니다가 죽였다’고 했다. 북측 전통문에는 ‘40~50m 근접한 동생에게 10여 발 난사했다. 피가 묻어있는 부유물만 불태웠다’는 내용만 알려졌다”며 “군은 왜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동생 행적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군인들의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한 감청 첩보만 믿고 A씨가 월북했다고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가 A씨의 월북설을 발표한 것에 대해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사자명예훼손죄는 사실 적시에도 성립하는 명예훼손죄와 달리 허위사실일 때만 성립된다.
윤기원 선플공익법률지원단 변호사는 “형법 제308조에 따르면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을 고의로 적시해야 죄가 성립한다. 정황상 허위 사실임을 입증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월북설’을 발표한 국방부를 상대로 고의성을 입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김기윤 변호사는 2015년 부산지법의 ‘경비행기 추락 사고’ 판례를 인용하며 “A씨가 월북한 사실 또는 사망 원인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는데도 월북 의지가 있었다고 발표하는 것은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당시 사고 기사에 ‘비행기 추락이 조종사 때문’이라는 댓글을 남긴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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