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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별 보며 퇴근하기 일쑤지만 자신있습니다” 새내기 공무원의 코로나19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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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전북 완주군 새내기 공무원인 최아름, 박건우씨가 25일 코로나19 방역상황을 사무실에서 점검하고 있다. 완주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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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자가격리자 한 분이 이탈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정신적 고통이 최고조였죠. 이러다 쓰러지는 것 아니냐는 가족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최아름)

“광주 확진자가 다녀갔던 6월엔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코로나 제로’의 공든 탑이 무너질까봐 밤잠을 설쳤지요. 다행히 접촉자와 가족 등 330여명 모두 음성으로 나와 안도했지요.”(박건우)

전북 완주군 재난안전과 안전총괄팀의 최아름(35)·박건우(31) 주무관은 코로나19 전담 방역팀에서 일한다. 작년 1월 28일 공직에 몸담은 새내기 공무원이자 입사 동기생이다. 공교롭게도 공직 입문 1년 만에 ‘코로나19와의 대전쟁’에 투입됐다.

공직 초년생인 이들의 업무는 매일 연속되는 코로나19 영상회의 준비와 자료 만들기, TF팀 협업반별 추진상황 취합·보고, 중대본과 지대본 각종 공문 접수·발송, 실·과 안내와 대응상황 취합, 현장 점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노련한 공직 선배들도 쉽지 않은 사실상 준(準) 전시상황의 비상체제이다 보니 숙지해야 할 지침도 봇물을 이루는 등 연일 초조와 긴장의 연속이었다.

두 사람은 수시로 변경되는 다양한 매뉴얼을 공부하고 전파하며 다시 확인하는 끝없는 격무를 ‘도장 깨기’ 하듯 하나씩 묵묵히 소화해 나갔다.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아침 7시 출근해 밤 8~10시를 넘기는 ‘별과 함께 퇴근’은 어느덧 일상이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시민들의 방역 의식이 느슨해질수록 두 사람의 긴장감은 더 팽팽해졌다. 초기에는 ‘조금 참고 기다리면 곧 끝나겠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팬데믹 선언(3월), 사회적 거리두기(5월) 등 상황은 되레 악화됐고, 끝 모를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플 겨를도 없었던 박 주무관의 몸에 이상이 찾아온 때는 지난 7월 중순.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갔더니 대상포진이란 진단이 나왔다. 그는 병원에서 8일 동안 끙끙 앓았지만 병고(病苦)보다 동료가 자신의 업무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웠다.

지난 8월 이후엔 세 차례의 태풍까지 몰아쳐 두 사람은 영양제를 먹어가며 본업에 비상근무를 이어가는 등 세상에서 가장 바쁜 새내기 공직자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짐했다.

최 주무관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떠올리면 되레 송구스런 마음”이라며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코로나19 극복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모든 것이 새롭다보니 변화하고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만 완주군은 해외입국자 1명 외에 지역발생 확진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아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코로나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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