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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유엔총회 연설과 北 피격 첩보 연계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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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22일부터 수 차례 보고 받았다

연설 공개 당시 청와대 회의서 ‘첩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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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 장면. 청와대 제공


북한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북측 해상에서 사격 후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청와대는 전날 공개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일이 해당 사건 전에 녹화된 영상이라며 두 일을 연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해양부 소속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가 지난 21일 실종됐다는 첩보를 보고받은 뒤 22일부터 사흘간 이뤄진 청와대 내부 대응을 공개했다. 다수의 채널을 통해 입수된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한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에게 세 차례 보고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6시36분 처음 ‘A씨가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에 들어갔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를 서면으로 보고받았다.

이후 4시간 정도 후인 오후 10시 30분,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A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23일 새벽 1시∼2시 30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청와대에 모여 상황을 공유했다. 이 시각 새벽 1시 26분부터 16분간 국제사회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지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영상이 공개됐다.

◆대면으로 연달아 보고… 유엔사에 거듭 확인하며 발표 늦어져

노 실장과 서 실장은 첩보를 밤새 분석해 같은 날 오전 8시 30분쯤 문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대면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측에도 확인하라”며 “첩보가 사실이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국방부로부터 이번 실종사고 관련 분석 결과 통보 받은 후 2차 대면 보고에서 “첩보 신빙성이 높다”는 답을 들은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를 소집해서 정부 입장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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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남도 옹진군 등산곶 해안 인근에 떠있는 북한 경비정의 모습. 뉴시스


이틀 전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이날에야 피격 사실을 공개한 데에 청와대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첩보의) 신빙성이 높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사살해서 시신을 훼손한 것이 사실인지 파악하는 데 여러 정보와 방법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첩보만 갖고 (사건을) 발표할 수는 없다”며 “청와대가 아주 긴박하게 대응했다”고 부연했다.

전날 새벽에 관계장관 회의가 열린 뒤 같은 날 오전 8시 30분에 문 대통령에게 A씨가 사살됐다는 사실이 보고된 것도 “정밀한 분석이 끝난 즉시 보고했다”며 “이른 시간(에 보고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전날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에는 “신빙성은 높은 상태지만 최종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아서 사전 절차로 유엔사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거쳤는데 이게 4시 30분이었다”며 “북한 쪽과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발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대응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유엔사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에도 북측 반응은 아직 없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과는 핫라인이 끊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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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한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격에 숨진 것으로 알려진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499t급) 모습.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제공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사전 녹화된 영상… 피격 사건과 연계 말라”

지난 23일 새벽 A씨 총격 살해 첩보를 논의하는 관계장관 회의가 열리던 같은 시각, 문 대통령의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공개됐다. 이 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해당 연설이 사살 사건을 보고받은 뒤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하지 말아주길 부탁드린다”며 “유엔총회 연설문은 지난 15일 녹화됐고 18일 유엔에 발송됐다”고 말했다. ‘연설문 수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다”며 “이미 발송한 뒤”라고 답했다. 이어 “첩보의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설을 수정한다는 판단을 하지 못했다”며 “이런 사안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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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에 사살된 공무원과 관련해 보고받은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대표단은 총회 장소인 미국 뉴욕에 모이지 않고 영상으로 연설을 공개했다. 영상이 공개된 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정치 지도자의 연설은 의지와 신념의 표현”이라며 “이런 취지에서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는 종전선언을 통해 항구적 평화의 길로 들어서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전선언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오늘 메시지를 냈다고 해서 당장 현실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인내심을 갖고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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