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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철거비용만 2000만원…폐업도 맘대로 못하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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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김남이 기자] [편집자주] 옷, 책, 생활용품은 물론, 커피, 팥빙수 등 디저트, 삼겹살구이까지, 모든 게 배달되는 시대. 소비자들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환호하지만 가게를 내고 장사를 하던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자영업 빙하기', 그 심각한 위기 상황을 진단해본다.

[MT리포트]'언택트 빙하기' 자영업 공룡이 쓰러진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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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하고 싶어도 2000만원에 달하는 철거비용이 걱정이다. 서울 창동역 인근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성애씨(52)는 '코로나19' 확산으로 4개월째 장사를 못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년간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집을 담보로 4억원을 빌려 시작한 코인노래방이지만 빚만 늘고 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제2금융권에서 3000만원을 빌려 썼지만 월세 등 매월 나가는 550만원의 고정비용으로 이미 바닥이 난 지 오래다. 월세는 두 달 치가 밀렸고, 이번 달도 못 내면 쫓겨날 수도 있다. 문을 닫고 싶어도 상가를 원상 복구해야 하는 철거비용에 쉽게 결심할 수 없다.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김씨는 "희망이 안 보인다"면서 "매장을 열어도 수익이 안 나오는 것을 알지만 집에 있는 것이 너무 비참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코로나가 가져온 '언택트 소비' 가속화…직원 내보내고 '나홀로'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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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애씨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코인 노래방의 키오스크.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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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대면 자영업의 몰락을 앞당기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손님맞이에 힘을 쏟았던 자영업자들이 빈사상태에 돌입했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550만명, 민간 경제의 뿌리가 흔들린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달 초 일반소상공인 3400여명에게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귀하가 운영하는 업종의 전망'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2.8%가 폐업을 고려하거나 폐업 상태일 것 같다고 답했다. 매출이 90% 이상 줄은 이들도 전체의 60%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지 이제 6개월 만에 '자영업의 빙하기'가 찾아온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서울에서만 2만개 상가가 문을 닫았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한국의 자영업 종사자는 558만명이다. 전체 근로자 5명 중 1명(20.8%)꼴로 자영업자인 셈이다. 전체 취업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지표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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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가 1년 사이 156만명에서 138만명으로 18만명이나 줄었다. 직원을 내보내고 마른 수건 짜내듯 버티는 가게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8만명이 늘었다. 나머지 10만명은 자영업에서 사라졌다.

나홀로 사장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홍대에서 4년째 우동집을 운영하는 홍승우(53)씨는 4명이던 알바를 모두 내보내고, 혼자 운영하고 있다. 첫째인 대학생 딸이 주말마다 와서 돕지만 이미 손님이 없다.

한 달에 못 해도 800만원씩 고정비가 나가지만 한달이 다가도록 지나도록 수입은 고정비의 절반이 안된다. 느는 건 담배뿐이다. 홍씨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면서 "코로나 전부터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냥 버티기도 어렵다.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코로나 여부를 떠나 하지 말라고 간곡히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언택트 소비 거스를 수 없는 흐름…모바일로 옷보다 음식 더 많이 주문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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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상가. '임대문의,' '점포정리' 등이 적힌 종이가 창문에 부착됐다.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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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포장 등 언택트 소비에 맛을 들인 고객이 다시 매장을 찾을 지는 미지수다. 언택트 전환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음식점들이 모두 곡소리를 내고 있는 사이 배달 주문은 크게 늘었다. 올 2분기 온라인 음식서비스 쇼핑 금액은 3조83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8%나 늘었다.

특히 모바일쇼핑 거래액에서 음식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4.4%로 가장 크다. 1년 만에 기존 모바일 쇼핑 강자였던 △옷(의복) △가전·통신기기 △음·식료품 구매 금액을 뛰어 넘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대면 사업자들은 온라인 사업의 발달로 설 자리를 서서히 잃고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유통업계다. 전자상거래업체를 필두로 비대면 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자본력과 규모를 앞세운 대형마트도 버티지 못했다.

정은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자영업자들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역별 공공배달앱 구축이나 수수료체계 표준화, 라이더 라이센스 제도화 등 공정한 환경 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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