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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입찰자격 완화로…박덕흠 일가 ‘266억 공사’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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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종합건설면허 업체 일인데

서울시가 자격 낮춰 입찰 참여

2017년 성산대교 보수공사 수주

입찰 길 막힌 업체들 잇단 항의에

다른 구간은 종합건설로 입찰제한

입찰담합 징계 업체 낙찰도 논란

서울시 “과징금 처분 사실 몰랐다”


한겨레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 통합과 인적 쇄신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당내 중진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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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가 지난 2017년 서울시가 발주한 성산대교 교량보수공사를 따낸 과정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수주해온 공사를 소규모 업체인 박 의원 회사가 따냈기 때문이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 의원의 대주주로 있는 혜영건설은 2017년 2월 공동도급에 참여한 건설사 2곳과 함께 성산대교 북단 성능개선공사를 따냈다. 해당 사업비는 266억원으로 교량 상판 바닥판을 들어내고 다시 바닥판을 앉히는 큰 규모의 공사였다. 당시 업계는 대규모 교량 보수공사 소식을 듣고 통상적인 방식대로 종합건설면허에 해당하는 토목공사업으로 입찰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공사의 입찰 참가자격은 토목공사업이 아닌 시설물유지관리업으로 공고됐다. 전문건설업종인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개인과 법인 상관없이 자본금 2억원과 초급 이상의 건설기술인 4명만 보유하면 면허 발급이 가능하다. 반면 종합건설업종에 해당하는 토목공사업은 법인의 경우 자본금 5억원 이상과 중급 이상 기술자 2명을 포함한 건설기술인 6명 이상이 필요하다. 운영이나 기술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종합건설사들이 성산대교 공사 입찰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입찰 공고에 대해 종합건설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도 공고가 난 지 사흘 만에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해당 공사는 종합건설업의 업무영역이니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아닌 토목공사업으로 발주해달라”는 건의문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협회 관계자는 <한겨레>에 “슬래브(철근 콘크리트 구조 바닥)를 들어내는 대형 공사를 전문건설업종으로 낸 경우를 보지 못했는데, 공고를 보고 깜짝 놀라 건의서를 보내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했다.

더욱이 같은 해 12월 공고된 성산대교 남단 보수공사의 입찰자격은 토목공사업으로 제한되면서 종합건설사들의 의구심은 더 짙어졌다. 북단 공사와 남단 공사는 사실상 같은 공사였기 때문이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지된 두 공사의 공사 목적을 보면 “교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슬래브 전면 교체 및 거더 보강을 통해 성능 개선하고자 함”이라고 동일하게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성산대교 남단 공사는 (북단 공사와 달리)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램프와 연결되는 등 복잡해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종합건설업으로 발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찰담합 전력이 있던 혜영건설이 다시 서울시가 발주한 대규모 공사를 낙찰받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혜영건설은 2008년 서울시 취수장 이전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10억여원을 부과받았다. 전문건설협회 전직 고위 간부는 “박 의원이 건설사를 끼고 조직적으로 입찰 담합을 했던 인물이라는 건 업계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혜영건설) 과징금 처분 사실을 몰랐다”며 “과징금 처분 정도에 따라 벌점을 부과해 입찰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줄 수는 있지만, 낙찰 자체를 막을 권한은 없다”고 해명했다.

강재구 옥기원 오승훈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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