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통신비 넣으며 '부분 보편지원'으로 수정
포퓰리즘 비판과 함께 선별지원에서 제외된 집단 반발
결국 곳곳 민원을 다 반영한 예산 통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이 다소나마 위로가 될 것"(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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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게 좋겠다", "적은 액수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다"(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 9일 청와대 간담회와 10일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선별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은 하루이틀 새 '부분 보편지원'으로 바뀌었다.
4차 추경안이 11일 국회에 제출된 직후부터 역풍은 불기 시작했다. 야당은 전 국민 통신비 지급안이 포함된 것에 대해 "추석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선별지원에서 제외된 집단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법인택시와 유흥주점, 콜라텍 종사자들은 "똑같은 세금내고, 똑같이 집합금지로 문을 닫았는데 왜 차별하느냐"며 집회까지 나섰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교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시기"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선별-보편' 지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당정은 결국 곳곳의 민원을 다 반영하는 방향으로 22일 4차 추경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협의를 빨리해서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불가피했다"며 야당 핑계를 댔지만 내부적으로도 반발 여론을 무시하긴 어려웠다고 알려졌다.
결국 기존 만 13세 이상 전국민에게 2만원씩 지원하려 했던 통신비는 만 16~34세, 만 65세 이상으로 선별 지원으로 바뀌었다. 유흥주점, 콜라텍에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대상에 포함됐다. 법인택시 기사들도 특별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1인당 100만원을 받게 됐다.
중학생 자녀를 둔 가구도 비대면 학습지원이라는 사업을 통해 15만원을 받는다. 기존 아동특별돌봄 사업에서 제외된 집단이다.
야당이 주장했던 전국민 독감 백신 접종도 일부 반영해 대상자가 105만명 추가로 늘었다.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 예산 중 85%가량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예견됐던 논란이었다.
이제 4차 추경이 최종 확정됐지만 통신비를 '받았다 도로 뺏긴' 35세 이상 65세 미만 국민들은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세대"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여성 단체들은 유흥주점, 콜라텍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비판한다.
현실성과 효과성을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현금성 지원을 채우며 나타난 결과다. 앞으로도 이러한 논란은 반복될 전망이다. 변형된 모습이지만 기본소득을 경험한 집단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경제위기가 생길 때면 이러한 기본소득 논쟁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내년에도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주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이자를 지원하는 식으로 금융지원을 했다면 소상공인은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는데다 불필요한 사람이 지원금을 받아 나타나는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며 "게다가 간접지원은 별도 심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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