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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국회 예산처도 “지역화폐, 국가 전체론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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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적폐’로 몰아붙인 조세硏 보고서와 상당부분 일치 “소비 진작 미흡… 비용만 더 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대표작인 ‘지역 화폐’ 정책의 역효과를 지적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을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공격한 가운데, 정부 재정 운용을 평가하는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역 화폐의 역효과를 비판한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재정학회 등도 지역 화폐 정책의 한계를 잇따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와 여당 일부 의원은 “지역 화폐의 효용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예산처는 최근까지 수차례 예산 분석 보고서에서 지역 화폐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국비로 지원하는 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본예산안과 1·2·3차 추가경정예산안, 지난해 결산 등 정부 예·결산 분석 보고서를 낼 때마다 빠짐없이 지역 화폐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

지역화폐 쟁점 별 이재명, 조세재정연구원,예산정책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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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처의 지역 화폐 비판은 이 지사가 “적폐”라고 몰아붙였던 조세연 보고서의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전체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없으면서 발행·유통 비용만 들어가니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처는 올해 3차 추경안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지역 화폐를 유통시키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타 지역으로의 소비 유출이 차단되어 지역 내 자영업체의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가 단위에서 보면 소비 지출 총액은 동일하면서 상품권 발행 및 유통에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며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용만 추가 지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자기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지역 화폐)을 유통시키면 해당 지역 내에서 소비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그만큼 다른 지역 업체에 대한 소비는 덜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보는 다른 지자체들도 자기 지역 소비를 늘리기 위해 지역 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소비 진작 효과는 없으면서 지자체별로 지역 화폐 발행·유통 비용만 세금으로 지출하는 셈이 된다.

예산처는 특히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려면 상품권 사용에 따른 편익으로 자체 수요가 발생하고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나, 지금은 재정을 투입하여 할인율을 상향함으로써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며 “역내 소비 진작 효과 자체가 지자체의 규모와 재정력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상품권 발행 자체가 지방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화폐는 사용처가 제한돼 있어 현금보다 불편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액면가보다 싸게 팔아야만 유통된다. 물론 이 ‘할인 판매’로 인한 손해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세금으로 부담한다.

이 지사도 19~20일 페이스북에서 “(자영업체 매출 증대에 따른) 고용 증대 효과나 국가 소비 총량 증대 효과는 없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지역 화폐 정책은) 대형 마트에서 쓸 돈을 (전통)시장이나 동네 점포에서 쓰라고 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주된 목표인 유통 재벌에서 중소 자영업자로 소비 이전 효과는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처는 지역 화폐가 지역 내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릴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정말로 그런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사업은 최근 3년간 발행 규모가 3714억원에서 9조원으로 급증했음에도 사업의 효과성 검증은 미흡하다”며 “적정 (발행) 규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각 지자체가 실시한 (지역 화폐 효과)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단순 가맹점 매출 증대 및 인식 조사에 근거한 소비 효과만 다루고 있어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조세연도 비슷한 취지로 지역 화폐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한편 한국재정학회가 작성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지난 3월 발간한 ‘지역화폐가 지역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는 ‘지역 화폐의 신규 도입이나 확대 발행은 지역의 고용 규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 냈다. 지역 화폐로 지역 자영업체의 매출이 늘어나면 고용도 늘어날 텐데, 고용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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