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 보수 5 진보 4의 구도 깰 수 있는 기회
대법, 대선 투표 혼란시 마무리 권한 가져 더 중요
공화는 신속한 후임 임명 선호..민주는 "다음 대통령이 임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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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 '진보진영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18일(현지시간) 향년 87세로 별세하며 대선을 앞둔 미 정치판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속에 우편투표가 확대될 경우 자칫 대법원에 의해 선거 결과가 결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법관 자리를 지키거나 빼앗으려는 정파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해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긴즈버그가 암투병을 이어가자 백악관과 미 정치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대법원이 보수 5대 진보 4로 구성된 상황에서 긴즈버그의 사망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미국 대법원의 이념성향이 상당히 오랜 기간 보수쪽으로 확실하게 기울게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종신직인 2명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이를 우려해 긴즈버그도 투병 와중에도 은퇴를 미루며 대법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자신이 은퇴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인사를 임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긴즈버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 긴즈버그의 손녀에 따르면 그는 숨지기 얼마전까지도 "나의 소망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 전에 내가 (대법관에서)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긴즈버그가 미 대선까지 6주밖에 안남은 시점이어서 사망함에 따라 긴즈버그의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미네소타주에서 대선 유세 연설 중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소식을 들은 트럼프대통령은 "그는 놀라운 삶을 이끌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그는 후임 대법관 임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주 20여명의 대법관 후보를 발표한 바있다. 사실상 긴즈버그 사후에 대한 대비를 한 셈이다. 인준 권한을 가진 상원 다수당이 공화당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임명 강행도 가능하다.
워싱턴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저널은 이에 대해 사법부 보수화를 완수하기 위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는 입장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명의 대법관을 임명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매우 슬픈 소식"이라고 애도하면서도 새 대법관은 미 대선 이후 선출되는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도 대법관의 사망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당시에는 긴즈버그의 대척점에 서있는 보수의 아이콘 안토닌 스칼리아 전 대법관이 사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사망하자 진보 성향 인사를 후임으로 임명했지만 상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끝내 인사 청문회를 열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서야 보수성향인 닐 고서치 대법관이 임명됐다.
민주당측은 당시 상황을 빗대 다음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바이든이 승리했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경우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대법원 이념 구조는 6대3으로 보수가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대선에서도 지고 상원 장악에도 실패하고 대법원의 보수화를 막지 못한다면 이는 미 정가에서 더 이상 상상하기 어려운 비극이 될 수도 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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