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연합뉴스 |
외교부가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법)’ 시행에 앞두고 마련한 가이드라인에서 “비자 조기발급을 독촉하는 것은 부정청탁에 해당한다”고 밝힌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딸의 프랑스 유학비자를 빨리 받는 방안을 문의한 적이 있지만 부정청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주무부처에서는 비자 조기발급 요구를 대표적인 ‘부정청탁 사례’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 따르면 외교부는 2016년 9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여권·비자발급과 관련해 “조기에 발급해달라고 독촉하는 것은 부정청탁 사례로서 법령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취지로 판단했다. 다만 긴급한 공무(公務)나 재외공관에서 친한(親韓)인사들을 특별히 배려하는 경우만 제한적으로 예외사유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에도 동일한 원칙에 따른 ‘여권·비자발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2016년 9월 한 외교부 재외공관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정당한 사유가 없이 여권·비자를 신속하게 발급해 달라는 편의 요청은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며 “정당한 사유의 예로 긴급 공무출장, 인도적 사유 (가족 사망 등), 외교적 목적 등은 고려가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추 장관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이듬해인 2017년 “딸의 유학비자를 빨리 발급해달라”며 외교부에 청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이에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딸이 개학 전에 (프랑스로) 갈 수 있는 방안을 보좌관을 통해서 문의를 했다”면서도 “(비자 발급 권한은) 해당 주권국에 있기 때문에 청탁의 대상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프랑스 학교)개학 후에 비자를 발급 받게 됐다”면서 “사실 개학 전에 갔어야 수강신청 하고 방을 얻는 것인데 그런 준비도 못한 채 다니다가 애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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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정치인의 부당한 요구가 있을 경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외교부 공무원 행동강령 제8조는 “외교부 공무원은 정치인이나 정당 등으로부터 부당한 직무수행을 강요 받거나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요구내용 등을 외교부장관에게 보고하거나 행동강령책임관·청탁방지담당관과 상담한 후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치인의 청탁관련)보고를 받은 외교부장관은 공무원이 공정한 직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다.
유상범 의원은 “당시 여당대표였던 추미애 장관이 보좌관 통해서 딸의 유학비자 발급을 ‘문의’한 자체만으로도 외교부 직원으로선 부담이었을 것”이라면서 “당시 추 장관 딸의 유학문제가 긴급한 공무나 인도적 사유, 외교적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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