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의 심리학
영국과 미국에서 가르치고 한국의 절대다수 경제학자와 관료가 신봉하는 영미 경제학은 어떻게 해서든 국가를 무책임한 권력으로 낙인찍고 나라를 사유화해 결국 국가 부도를 유도하는 경제학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편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민간 기관인 연방준비은행이 달러의 발권력을 차지한 1913년 국가 부도를 맞았고 영국 역시 민간 잉글랜드은행이 파운드의 발권력을 차지한 1694년 국가 부도를 맞았다.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금도 두 나라 거리는 노숙자로 넘쳐나고 두 나라의 국가 부도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딸기와 딸기 바구니의 비유로 돈의 속성을 설명한다. 돈은 딸기가 아니라 딸기 바구니일 뿐이며 공동체 안에서 그 한계를 넘어서서 무리한 역할을 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은행에 돈줄을 맡기는 영미 금융 체제는 바구니 회사가 딸기 생산과 소비를 좌지우지하도록 허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 20여년 동안 영국에서 살면서 저술·번역 활동을 해온 저자는 '정조준과 오조준' 시리즈의 첫 번째로 이 책을 썼다.
이 시리즈는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정치, 언론, 학문, 종교까지 사회의 다양한 영역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성찰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앞으로 '왕정과 공화정'(정치), '감옥 밖의 감옥'(언론), '환상의 자유'(학문), '구약: 총수탈체제'(종교) 등을 잇달아 출간할 계획이다.
궁리. 324쪽. 1만7천원.
▲ 사다리 걷어차기 =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임용된 이래 30여년 동안 100편 이상의 논문과 16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가 스스로 '한 획을 그은 연구 성과'로 꼽은 책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산업 강국에서부터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 '강소국'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경제발전사를 되돌아보면서 '부자 나라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경제 발전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주류 경제학이 취하는 논리와 태도가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를 지적한다.
선진국들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보호 관세와 정부 보조금, 여성·빈민·저학력자·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특허권과 상표권 침해 등 온갖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저질렀으면서도 오늘날 후진국들에 대해서는 이런 행위를 비난하면서 멈출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개발도상국들이 각국의 발전 단계를 비롯해 기타 조건과 상황에 더 적합한 정책과 제도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2년 영국에서 영어로 출간됐고 2년 뒤 한국에서도 번역돼 나왔으나 이번에 일부 미흡한 번역을 바로잡고 소프트웨어 문제 때문에 미주로 돌렸던 주석을 각주로 처리해 가독성을 높이는 등 대폭 보완한 개정판으로 다시 선을 보이게 됐다.
부키. 320쪽. 2만원.
▲ = 폴 에크먼 지음, 허우성·허주형 옮김.
미국의 심리학자로서 감정과 표정 연구의 대가인 저자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1만 개 이상의 얼굴 움직임을 분석해 표정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으며, 거짓 표정 아래 감춘 감정이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미표정'을 분석해 거짓말 탐지 기법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저자가 표정 연구에 뛰어든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학계에서는 '표정은 사회적으로 학습되고 문화마다 다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저자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과 TV도 잡지도 없는 고립된 문화권 사람들에 관한 연구를 통해 표정은 '보편적'임을 밝혀냈다.
저자에 따르면 감정과 표정은 보편적이지만 표시규칙, 즉 표정 관리의 규칙은 사회적으로 학습되고 문화마다 다르다.
이 책에서는 풍부한 사진과 사례를 통해 슬픔과 고통, 분노, 놀람, 두려움, 혐오, 경멸, 즐거움 등 대표적인 감정들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표정을 살펴본다.
나아가 각 감정을 느끼기 시작할 때나 억누를 때의 미세한 표정에 이르기까지 우리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읽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지난 2008년 '얼굴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으나 이번 개정 증보판은 새로운 장과 머리말을 추가하고 맺음말과 후기를 고쳐 쓰는 등 내용을 대폭 보강했다.
바다출판사. 452쪽. 1만7천800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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