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매각 요구와 거리…중국 수출제한 '재 뿌리기'로 상황 급변
오라클이 사용자 데이터 대신 관리하는 모델 관측…월마트도 파트너로 참여
트럼프, 틱톡 제재 (PG)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틱톡 미국 사업 부문을 파는 대신에 미국 기업과 기술 협력을 통해 당신들이 우려하는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사업을 반드시 자국 기업에 팔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회사 바이트댄스가 이런 '수정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정부의 '매각' 요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바이트댄스가 트럼프 쪽 코트로 공을 쳐 넘겼다"고 비유했다.
틱톡 미국 사업 매각 협상 구도가 비로소 명확히 정리가 됐다. 당초 매각 쪽으로 기울던 협의는 결국 기술 협력 계약으로 성격이 크게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에 출연해 오라클이 틱톡 미국 사업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안전 파트너'가 되는 내용을 담은 신청을 지난 주말 바이트댄스로부터 접수해 이 문제를 이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트댄스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오라클은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현재까지 나온 여러 보도를 종합해보면, 바이트댄스는 틱톡 미국 사업체 지배력을 유지한 채 고객 개인 정보 및 업로드 영상 관리 등을 '기술 협력' 차원에서 오라클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회사인 바이트댄스가 관리하는 틱톡의 미국 사용자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넘어갈 수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 틱톡 제재와 강제 매각을 동시에 추진했다.
이에 바이트댄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래리 엘리슨 의장이 창업한 오라클을 '기술 관리자'로 끌어들여 미국 정부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절충안을 들고나온 셈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므누신 장관이 언급한 내용은 오라클이 데이터 관리 협력 파트너가 되는 방안"이라며 "애플이 중국 윈상구이저우(雲上貴州)와 데이터 관리 협력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술 협력' 동향에 밝은 소식통은 차이신에 "(이번 협력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 말한 틱톡 매각과 관련이 없으며 틱톡 핵심 기술 이전과도 관련이 없다"고 평가했다.
SCMP도 "바이트댄스가 받아들인 이번 합의에 따라 오라클이 틱톡 미국 사업 운영 관리를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틱톡의 미국 사업이 통째로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라클 같은 미국 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돌연 틱톡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음성·문자 인식 처리, 사용자에 맞춘 콘텐츠 추천, 빅데이터 수집 등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을 수출 통제 목록에 올리면서 협상 판이 돌연 일그러졌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다 되어가는 협상 판에 재를 뿌리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자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 일부가 미국에 넘어가는 것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
소유권은 계속 유지하되 운영권 일부를 미국 회사에 맡기겠다는 바이트댄스의 새 해법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아직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바이트댄스가 표면적이나마 미국 정부가 제기한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상 트럼프 대통령이 1억명에 가까운 사용자가 있는 틱톡 사용을 중단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틱톡 매각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기술 협력' 방안을 수용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거꾸로 대중 강경파들에게 중국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이번 협상 판이 어그러지는 데 중국 정부가 사실상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정안' 수용을 못마땅하게 여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의 최종적인 결정은 이달 20일이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5일까지를 '매각 시한'으로 언급하기도 했지만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앞선 행정명령에 따라 이달 20일이 틱톡 미국 사업 매각 시한이라고 다시 '교통정리'를 했다.
한편, 차이신은 바이트댄스의 미국 사업 운영 협상에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월마트는 당초 MS와 손잡고 틱톡 미국 사업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이와 별도로 향후 틱톡 미국 사업 부문의 전자상거래 업무 파트너가 될 예정이라고 차이신은 전했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중국의 타오바오나 미국 아마존처럼 상품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ch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