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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팬들 먼저 "역겹다"…할머니 고문까지 나온 네이버 웹툰 '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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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팬들이 먼저 선정성과 여성 혐오를 지적하고 나선 네이버웹툰 '헬퍼'. [온라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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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조차도 저급한 표현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고 할머니 고문 장면은 정말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웹툰 ‘헬퍼’ 시즌2의 선정성에 대해 팬들이 먼저 지적하고 나섰다.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내 ‘헬퍼 마이너 갤러리’에는 11일 “이런 성차별적인 웹툰이 19금이라고 해서 네이버라는 초대형 플랫폼에 아무런 규제없이 버젓이 연재되는 것은 저희 남성들이 보기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평소 ‘헬퍼’의 여성혐오적이고 저급한 성차별 표현에 진저리가 날 정도여서 해당 논란을 제보했다”고 덧붙였다.

‘헬퍼’는 2011년 10월 네이버에 연재되기 시작한 웹툰이다. 작가 이름은 ‘삭’으로 돼 있으며 ‘헬퍼’ 외의 다른 작품은 올라와있지 않다. ‘헬퍼’는 2012년 1월 시즌1을 마치고 2016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 시즌2를 연재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헬퍼 마이너 갤러리’는 2019년 2월 생겼으며 만화의 내용을 분석하고 작가에 대해 추측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연재가 계속되면서 비판적 의견이 올라왔다. 웹툰의 내용이 문제였다. 어머니의 매춘, 약물 강간, 미성년자 강간, 학교 내 성폭행, 몰래 카메라 유통 등이 흥미 위주의 시각으로 서술됐기 때문이다. 등급은 18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성인이 보기에도 도를 넘은 내용이다.

특히 미리보기 서비스로 8일 유료 공개된 247화가 도화선이 됐다. 여성 노인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고문하는 내용 때문이었다. 팬 게시판엔 9일부터 “이 정도면 신고해야하지 않나” “작업할 때 역겹지 않나” “속 울렁거려” “진짜 역겹다”같은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는 이 연재물 이후 그간의 변태적 내용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이미지 파일을 게시하며 문제점을 알렸다. SNS에서는 ‘웹툰 내 여성혐오를 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됐고 13일 현재 작가의 홈페이지와 네이버 내 작품 팬카페는 폐쇄된 상태다.

방송 콘텐트와 달리 웹툰의 내용을 규제하는 법적 기구는 없다. 연령 등급 또한 웹툰자율규제위원회의 사전 기준에 따라 작가와 공급자가 정하고 내용 자체에 대한 제도적, 법적 제재 수단은 없다. 네이버웹툰 측은 내용의 사전 검토에 대해 “업로드 전 내부 가이드를 바탕으로 내용을 검토하고 표현상 문제가 될 부분들에 대해 작가들에게 의견을 전달한다. 간행물 윤리위원회 심의 기준 등을 참고한 내부 기준을 문서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헬퍼’ 논란은 지난달 기안84의 ‘복학왕’ 여성혐오 논란 이후 한달 만이다. 두 작품을 연재한 네이버웹툰 측은 ‘복학왕’ 논란 이후 가이드라인 강화와 관련자 교육 등 대책을 내놨다. 이번 ‘헬퍼’ 논란에 대해서도 “'헬퍼'의 경우 심각한 수준의 선정성, 폭력성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작가에게 수정 의견을 전달하고 있었다”며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지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더욱 섬세하게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안84를 둘러싼 논란과는 달리 이번엔 팬들이 먼저 ‘고발’하고 나서면서 웹툰의 수위에 대한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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