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이 만든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은행 최고경영자(CEO)도 징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처럼 CEO의 내부통제 미흡 감독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판매사들은 "우리도 사기를 당한 피해자인데 CEO까지 제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라임 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 6월 30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투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판매사를 비롯해 라임 펀드를 많이 판 판매사가 제재 대상이다. 라임자산운용과 적극적으로 공모한 신한금융투자뿐 아니라 펀드를 팔기만 한 대신증권(003540), KB증권 등 증권사와 은행도 제재 대상이다.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점.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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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늦어도 9월까지는 제재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제재심 일정도 늦어지고 있다. 검사가 먼저 끝난 증권사에 대해 다음달 중 제재심을 열고 그 뒤에 은행에 대한 제재심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의 경우 제재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순서의 문제일 뿐 라임 펀드를 판 증권사나 은행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
관건은 판매사 CEO에 대한 징계 여부다. 금융권에서는 판매사에 대한 기관 제재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CEO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놓고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금융사 CEO가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작년에 논란이 됐던 DLF 사태와 판박이다. 당시 금감원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DLF 판매사의 내부통제가 부실했다고 보고 두 은행의 CEO에 감독 책임을 물었다. 은행들은 실무진이 불완전판매 등 문제가 있는 행위를 한 행위자이고 그 감독 책임은 임원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은 임원급을 행위자로 보고 CEO를 감독자로 봐서 CEO까지 감독책임을 지게 했다.
금감원은 이번에도 라임 펀드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한 감독 책임이 CEO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사 CEO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 실무진 선에서는 CEO까지 징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라임 펀드 사태는 DLF 사태와 전혀 다른데 같은 논리를 적용해 제재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우리도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인데 CEO까지 징계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다른 판매사 관계자도 "아직 검사 결과도 통보받지 못했는데 벌써 CEO 징계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황스러운 일"이라며 "금감원의 요구대로 투자금을 전액 보상해줬는데 CEO까지 징계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판매사 CEO에 대한 징계가 실제 이뤄지면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재를 받은 CEO는 3년간 금융권 취업과 연임 등에 제한을 받는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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