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스가 장관이 공식 출마 선언 직후 자민당 내 파벌 규모 1~3위인 호소다파(98명)와 아소파·다케시다파(각각 54명) 수장이 한자리에 모여 지지 선언을 했다. 다만 이 회견에는 가장 먼저 스가 장관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니카이파(47명)가 참석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니카이파에서 공동 회견을 타진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3파벌만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니카이파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니카이파의 가와무라 다케오 전 간사장은 "지지 의사가 동일한 만큼 같이했어야 했다"며 "벌써부터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간부는 "어른스럽지 못한 유치한 행동"이라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니카이파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호소다파 간부는 "우리는 부하가 아니다"는 평을 내놓으며 맞받아쳤다.
대세가 이미 스가 장관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각 파벌이 기여도 부각에 나섰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평가다. 향후 내각 구성은 물론 정책에서 파벌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시키기 위해서다. 1~3위 파벌은 스가 장관에 대한 지지를 가장 먼저 밝히며 대세론을 만든 니카이파가 앞서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니카이파 수장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총재선거 방식을 양원총회를 통한 약식 선거로 결정해 스가 장관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1~3위 파벌은 다른 후보 지원설이 나오는 등 초기에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3파벌 수장이 모여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스가 대세론 속에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총재선거 완주를 강조하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여론조사 1위'임에도 불구하고 파벌 정치의 폐해로 패했다는 동정론을 확보해 내년 총재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회장은 출마를 통해 파벌 결속 강화를 노리고 있다. 또 매번 아베 신조 총리가 물려줄 것을 기대하며 총재선거 직전에 출마를 포기하면서 쏟아졌던 결단력 부족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려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시다 회장은 3일 자신의 정책을 담은 '기시다 비전'도 내놨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도 스가 장관 대세론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대형 통신3사는 아베 총리 사임 표명 직후부터 닛케이지수가 상승했음에도 하락했다.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된 후에도 자신의 대표정책인 통신료 인하 압박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역으로 중저가 휴대전화 재활용 사업을 하는 니폰테레폰은 3일까지 나흘 중 사흘 상한가를 기록했다. 또 스가 장관 대표 실적인 내고향납세 관련 사업을 하는 체인지 등도 관련주로 분류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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