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근 한달 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2조원 넘게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큰손의 매도 물량은 개인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8784억원, 1조1572억원 순매도했다. 총 2조356억원어치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2조14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동학개미'들이 고스란히 받아낸 셈이다. 특히 외국인이 하루에만 삼성전자 주식 5432억원어치 '매도 폭탄'을 던진 지난달 31일에는 개인이 이에 맞서 5536억원어치를 순매수하기도 했다.
개인은 지난달 19일부터는 10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증시가 요동치던 지난 3월 개인이 13거래일(3월 5∼23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최근 반도체 업황 불안 등과 맞물려 삼성전자 주가는 시장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는 올해 3월 저점 이후 전날까지 6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27.53% 오르는 데 그쳤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D램 업황이 불안정한 국면에 있다"며 "올해 4분기까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실적 하향 가능성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행렬에도 개미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한달간 5만4000원~5만9000원대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도 반도체 가격 동향과 관련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 7월 6.8% 하락한 데 이어 8월에도 4.4% 떨어졌다. PC용 D램, 2D 낸드플래시 가격도 두 달간 각각 5.3%, 6.7% 하락했다.
향후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걷히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주가가 반등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월 초 이후 하락세를 이어간 D램 현물가격은 지난달 24일을 저점으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과거 10년간 가격 추세를 보면 D램 현물가격은 고정가격의 선행지표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본격적인 주가 반등은 D램 고정가격 상승 전환 시점 대비 평균 6개월 전에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8월 이후부터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점차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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