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재무부·상무부 공동 경고문 내
산업계에 "실수로라도 돕지 말라" 강조
여러 각도서 남북관계 개선 원하는 韓 부담
北 도발 '옥토버 서프라이즈' 차단에 골몰··
미국이 전 세계 산업계에 이같은 '북한 탄도미사일 주의보'를 이례적으로 발령했다. 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재무부·상무부는 관련 부서 명의로 '북한 탄도미사일 조달 자문'이란 제목의 19쪽짜리 경고성 메시지를 함께 냈다.
이들 부처가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합동 경고문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나 대북 제재 회피 등에 대해서만 공동으로 다뤘다.
미국 국무부·재무부·상무부 관련 부서가 공동으로 1일(현지시간) 발표한 '북한 탄도미사일 조달 자문'이란 제목의 경고문 첫 페이지. 19쪽 짜리 경고문엔 북한의 기만술과 제재 사항들이 담겼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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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미사일 도발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60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 '북한발 악재'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민에게 '북한을 잘 다루고 있다'는 이미지를 내세워왔다. 대선 가도에서도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5일 공화당 전당대회 찬조연설에서 "북한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긴장을 낮췄다"며 "모든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자를 (협상) 테이블에 데려왔다"고 말했다. 또 "핵실험도 없고, 장거리 미사일 실험도 없다”고 치적을 강조했다.
그런 만큼 북한이 저강도라도 군사 도발을 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깜짝쇼)'를 연출할 경우 대선 캠페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과 없이 결렬됐는 데도,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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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고문에는 북한이 어떻게 탄도미사일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부품을 조달하는지 상세하게 담겼다. 가령 북한은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로 전용하기 위해 8~9개 차축이 있는 임업용 대형 화물차를 수입한다고 기술했다.
또 티타늄을 포함한 특수 합금 물질 등도 북한에 흘러들어가면 종국엔 미사일 생산에 사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자·화학·금속·물류·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내용은 여러 각도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당분간 제재 국면이 계속 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북교류혁력을 위해 조금씩 제재의 '회색지대'를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한국에 대해 '그건 곤란하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짚었다.
경고문은 전 세계 산업계 관계자들에게 "새 거래처가 고급 기술 제품을 대량 구매할 경우 의심해 보라" "재판매·중계를 목적으로 한 거래에선 반드시 최종 구매자를 확인해야 한다" 는 등 상세한 행동 계획을 주지시켰다. 또 "산업계가 북한의 조달 시도를 찾아 무너뜨리는 최전선(front line)"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홈페이지에 이같은 경고문을 소개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및 장비 확보에 실수로라도 협조하지 말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북한이 교묘하게 속여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새롭게 규제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반 시 처하게 될 위험성도 열거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돕는 행위가 "미국의 각종 법률에 따른 제재 및 처벌 대상"이고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란 점에서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군수공업부(MID), 제2국방과학원(SANS), 제2경제위원회(SEC) 등 유엔 안보리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기관들과 미국의 대북제재 조항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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