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힘쎄진 '동학개미' 눈치 보는 금융당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금융 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 6개월 연장에 이어 개인투자자 공매도 참여 확대, 소액투자자에 유리한 공모주 배정 방식 등 개미 투자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폭락장에서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준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소액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공모주 배정 방식 변경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공모주 청약시장에서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 등 자금 동원력에 의해 공매주 배정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에 증거금을 납입하고, 해당 증거금에 따라 공모주를 배정받고 있다.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청약 성공률이 높아지는 '머니 게임' 성격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액 개인투자자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금융위는 '증권 인수 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 몫으로 배정된 공모주 20% 중 절반을 5000만원 이하 소액 개인투자자 청약 구간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는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추점제로 배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IPO 때 우선 배정되는 우리사주 청약 미달분에 대해서도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투자자에게 청약 기회가 우선 돌아갈 수 있도록 추진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증권업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현행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개인투자자 간 공모주 배정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하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저금리에도 꿈쩍 않는 증권업계의 신용거래융자(증권사의 주식 매수 자금 대여) 금리도 비판했다. 은 위원장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면서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 28곳의 31~6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평균 7.72%에 이른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에는 9%가 넘는 금리를 받는 곳도 있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달 금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17개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평균 금리가 3.58%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금융 당국 수장이 공개적으로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요구하자 증권사들은 곧바로 금리 인하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28일 가장 먼저 이달 28일부터 영업점 외 계좌(다이렉트 계좌)에 대한 신용거래 금리를 기존 9.0%에서 8.5%로 낮추기로 했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도 금리 조정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증권업계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신용거래융자 금리 산정의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공매도 금지 6개월 추가 연장을 결정하고,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의 공매도 거래액 103조4936억원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1.1%에 그친 반면 외국인(62.8%)과 기관(36.1%)의 비중은 총 98.9%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감안한 조치였다. 하반기 중으로 개인투자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주식대주 서비스를 활성화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금융 당국의 정책 변화 기조는 지난 6월 말 금융세제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주문한 데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올해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릴 정도로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한 개미의 영향력을 인정한 성격이 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정치적인 부분을 아예 감안하지 않는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최근 정책의 방향은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회의 확대 측면에 맞춰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