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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나쁜 기운 몰아내고, 기력 되살리고…예로부터 효능 인정받은 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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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의 건강학]

거꾸로 올라가는 기운은 막고

뭉친 기운은 풀거나 내려줘

한·중 전통 의서에 약효 명기

나이가 들면 누구나 기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체내 면역 세포와 면역의 근간이 되는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체내 균형이 깨지기 쉽고 기력이 쇠해져 잔병치레를 하게 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기력을 회복할 때 ‘침향(沈香)’을 사용했다. 침향은 용연향·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꼽힌다. 침향의 원산지인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몸의 안 좋은 기운을 몸 밖으로 빼내고 몸을 보하는 데 그만큼 탁월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침향은 자연에서 얻는 것이 어려워 귀한 대접을 받았다.

침향은 ‘침수향(沈水香)’이라고도 불렸다. 그래서 침향을 ‘향나무를 물에 수십 년간 담갔다가 말린 것’이라고 아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침향은 사실 침향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오랜 시간 조금씩 굳어져 덩어리가 된 것이다. 수지는 나무가 세균·곰팡이 등 상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스스로 회복·치료하기 위해 분비하는 점도 높은 액체다. 이 수지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의 긴 세월 동안 굳어야 비로소 침향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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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굳어야 만들어져 귀한 대접



침향이 귀한 대접을 받아온 사실은 여러 문헌에 기록돼 있다. 불교 경전 중아함경에는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라고 쓰여 있다.

전통 의학에서 건강상 가치를 높게 평가한 다양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들 기록을 통해 침향이 왜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약에 즐겨 사용됐는지 엿볼 수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침향의 성질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며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했다.

중국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또 중국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침향의 쓰임새에 대해 설명한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은 침향의 심신 안정 효과를 조명하고 있다.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설명돼 있다. 특히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다양한 효과는 침향 본연의 성질과 관련이 깊다. 서초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침향을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이라고 해서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특히 “침향은 기본적으로 뭉친 기운을 잘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침향은 우선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는 성질이 있다. 구토나 기침, 천식, 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은 이런 성질 덕분이다. 침향의 ‘침’자가 잠기다·가라앉다의 침(沈)자인 것과 무관치 않다. 황 원장은 “침향의 기운이 기가 역상(逆上)하는 것을 치유한다”고 말했다.

침향은 잘 내려가거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성질도 있다. 침향이 복부 팽만, 변비나 소변이 약한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은 이러한 성질 때문이다. 황 원장은 “본초학에서는 침향을 강기온중(降氣溫中)·난신납기(暖腎納氣)라고 해서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이 콩팥으로 모여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침향은 천식, 변비, 소화 장애뿐 아니라 정력제로도 많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효 성분, 작용 기전 과학적으로 규명



침향의 건강 효과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지금까지 침향의 작용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가 진행돼 그 베일이 점차 벗겨지고 있다. 침향의 유효 성분이 밝혀진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핵심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기존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침향에 있는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핵심 성분은 침향에 함유된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 때문에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본초강목에 언급된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는 침향의 효과는 아가로스피롤 덕분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단, 몸에 이로운 침향이지만 과하면 좋지 않다.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할 경우 두통이나 복통, 설사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한 번에 정해진 양을 섭취해야 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침향 배합 제품이 나와 있어 이를 고려해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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