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개인투자자)’가 또 이겼다. 금융투자세제 개편에 이어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까지 따냈다. 9월15일 시한이던 공매도 금지는 내년 3월 15일까지 6개월 연장된다. 이 기간동안 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동학 개미’를 위한 추가 대책 마련까지 예고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공매도 시장에 개미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든다. 증권금융의 대주서비스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개인투자자 상대로 추첨 형태로 배정하는 등 공모주 개선안도 마련된다. 고금리를 받고 있는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도 낮아진다. ‘개미의, 개미에 의한, 개미를 위한’ 정책들이다. 개인투자자를 “우리 증시의 성장과 과실을 공유하는 파트너”(은성수 금융위원장)로 인정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
공매도 금지 연장…1년동안 금지
━
금융위는 이날 오후 임시금융위원회를 개최해 “한시적 조치가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당초 기대와 다르게 코로나19(COVID-19)가 종식되지 않고 있다”며 “재확산 우려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를 감안해 금지조치를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기간 동안 불법공매도 처벌강화, 개인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코로나19로 코스피지수가 1400대까지 폭락하자 금융위는 3월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은 1년으로 늘어난다.
금지 기간을 연장한 것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자본시장 변동성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가 코로나19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상황에서 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
개인 공매도, 대주서비스 제공
━
은 위원장과 증권업계 대표간 간담회에선 공매도 금지 연장뿐 아니라 △개인 공매도 활성화 △신용융자 금리 투명화 △공모주 배정 방식 개선 등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다양한 선물이 쏟아졌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너머 개인 공매도 활성화까지 언급하는 것은 ‘동학개미’에 대한 존중이자 애정으로 읽힌다.
은 위원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기회의 불공정성을 느끼고 있다면 마땅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공매도가 기관·외국인에 유리하고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시장에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 사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법이다. 공매도를 하려면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기관에 비해 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은 주식을 빌릴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공매도가 제한돼 왔다.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개인 공매도 활성화 모델은 일본이다. 개인 공매도 비중이 1%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개인 공매도 비중은 20%를 웃돈다. 일본 증권금융회사가 자기 신용으로 대주 재원을 마련해 이를 도매 개념으로 증권사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린 증권사는 이를 개인 대주 서비스로 활용한다. 빌릴 수 있는 주식의 종류와 수가 많아 개인 공매도가 활성화한 것이다.
국내에도 한국증권금융이 이런 역할을 하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다. 현재 증권금융이 제공할 수 있는 대주 재원은 약 400개 종목 200억원 어치다. 증권금융에서는 현재 일본 모델을 참고해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증권금융이 개인 공매도를 위한 대주 재원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
개미의, 개미에 의한, 개미를 위한
━
과도한 신용융자 금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신융융자는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하지만 2~3%대인 은행 신용대출과 달리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는 4~10%에 달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은 위원장도 기준금리가 올해 큰 폭으로 인하된 것을 언급하며 증권사들이 융자금리를 전혀 내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금리의 조달금리와 가산금리를 공시하고 있으나 세부 내용은 알 수 없어 깜깜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 업계가 함께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은행권 고금리 논란 때 이같은 방식으로 사실상 금리인하를 유도한 바 있다.
SK바이오팜의 공모흥행으로 뜨거워진 IPO(기업공개) 관련 신주배정방식 개선도 주문했다. 통상 IPO 시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전체 공모주식의 약 20% 수준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률이 높으면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더라도 작은 물량을 배정 받는데, 실제 SK바이오팜은 경쟁률이 3000대1을 넘어서며 1억원의 증거금을 내도 약 13주밖에 받지 못했다.
은 위원장은 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방식은 고액자산가에게 유리하다며 개선을 주문했다. 금융위는 일단 개인 배정 물량을 늘리기보다 배정방식을 손보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공모 가격을 결정하는 기관의 역할이 중요해 기관 배정 물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의 공모주 배정 방식은 청약 금액에 비례한다. 청약 증거금을 많이 넣을 수록 신주를 더 많이 배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고액자산가에게 유리하고 자산이 없는 투자자는 공모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개인 배정 물량 중 일부는 추첨 등의 방식을 적용해 더 많은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