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라임 등 각종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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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100% 배상안 권고를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판매사가 원금 전액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금융상품 분쟁조정 사상 처음이다. 비슷한 환매중단 펀드에서도 향후 원금반환 요구가 이어질 거라는 우려 속에 투자자 책임은 외면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인 우리ㆍ하나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의 100% 배상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는 91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게 된다.
앞서 지난 6월 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했다.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최대 98%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라임)가 투자제안서에 핵심 정보를 허위ㆍ부실 기재했고, 판매사들도 이 펀드 부실을 감추고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조정안 수용여부 결정 시한은 지난달 27일이었지만 판매사들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한차례 결정을 미뤘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감원이 일찌감치 “재연장은 없다”고 못박았고, 윤석헌 금감원장까지 ‘편면(片面)적 구속력(분조위 권고를 소비자가 받아들이면 금융사는 무 따르도록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는 제도)’이나 분조위 결정 수락 여부를 향후 금융사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압박수위를 높이자 코너에 몰린 금융사들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금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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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늦은 시간까지 결정을 고심한 신한금융투자 측은 "금감원 조정 결정문에 적시된 일부 사실을 여전히 인정할 수 없지만, 신뢰 회복과 사회적책임을 위해 대승적으로 결단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판매사이자 무역금융펀드에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한 증권사로서 라임과 '공범'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분조위 권고안을 수락할 경우, 불법 행위를 인정하는 꼴이 돼 향후 재판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왔다.
금융상품 판매사들이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처음이다. ‘전례’가 생긴 만큼 향후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다른 환매중단 펀드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 이날 각 금융사 이사회에서도 배임 가능성과 함께 ‘100% 원금 반환’이란 선례를 부담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일부 판매사들은 라임의 부실을 은폐한 신한금융투자 측에 향후 구상권과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계획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에서 감독 부실 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이 모든 부담을 금융사에만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투자 계약의 당사자인 개인투자자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결과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책임 소재가 분명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판매사만 잡는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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