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최저 성장률…코로나19 재확산 영향
한은 연내 동결 우세…부동산 과열에도 "경제 우선"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내려잡았다. 기존 -0.2%에서 1%포인트(P) 넘게 내린 수준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소비를 중심으로 한 경기 충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석 달 전 제시했던 비관 시나리오상 성장률(-1.8%)까지는 내려가지 않았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큰 만큼 오는 11월 한 차례 더 남은 경제전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올해 연말까지 현 수준인 연 0.50%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충분히 완화적인 만큼, 현 수준에서 경기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도높은 규제책에도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주열 총재가 직접 나서 집값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에는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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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1%P 넘게 하향 조정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2%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가 왔던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직후인 2009년에도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은 0.8%로 플러스(+)를 유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도 2.8%로 3%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번 경제전망을 앞두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 아래로 낮출 가능성을 이미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나와 "(성장률이) -1%를 넘어갈 수 있는가"라는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배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났고 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단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가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1.3%로 낮춘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다. 조선비즈가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명은 한은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1% 이하로 제시할 것으로 봤다. 그 중 6명은 -1% 수준을 예상했고, 2명은 각각 -1.8%, -1.4%를 전망했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충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개선이 더딘 가운데 민간소비의 감소는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3.3%까지 떨어졌지만 이마저도 민간소비가 떠받힌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대비 -6.5%까지 떨어졌다가 2분기에 긴급재난지원금, 개별소비세 인하 등 부양책에 힘입어 1.4%로 플러스 전환한 바 있다.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했던 비관시나리오 상 성장률이 -1.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의 눈높이를 대폭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비관시나리오의 전제는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 3분기 정점’였지만, 이번 성장률 전망치 조정은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전경/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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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말까지 0.50% 유지 전망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연 0.50%로 동결했다. 코로나19 국내 재확산에 한은에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미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만큼 현 수준에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은은 코로나19 발생 후 기준금리를 연거푸 인하하며 경기부양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3월 임시금통위에서 0.50%포인트(P)의 '빅컷(큰 폭의 금리인하)'을 한데 이어 5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10, 11월 올해 두 차례 남은 회의에서도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비즈가 거시경제·채권 전문가들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원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2년까지 정책금리를 제로(0)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실효하한 이하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효하한은 통화정책 효과가 제한되거나 자본유출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지는 금리인하 마지노선을 말한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급등하는 자산시장 과열 문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한은의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수도권 집값 상승 원인이라는 ‘한은 책임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은이 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기껏 나타나는 현상은 주식과 부동산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은은 집값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업무보고에 나와 ‘부동산 가격을 금리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지적에 "집값 과열 등은 거시건전성 대책으로 1차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등 자산가격 오름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한은의 유동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반박하기도 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M2(광의의 유동성) 증가율이 10%에 육박하는 가운데, 경제 주체별로는 기업의 M2 보유 증가율이 가계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지나치게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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