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추경, 적자국채 37조로 메워
1차 재난지원금 반짝 효과 그쳐
선별지원은 형평성 논란 재연 우려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영상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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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이를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급물살을 타면서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나랏빚이 턱밑까지 차오른 데다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가구에 40만~100만원씩을 지급한 1차 때는 14조3000억원이 들어갔다. 여당에서 추진하는 선별지원을 한다 해도 재정 부담은 작지 않다. 지급 범위를 줄여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지급해도 9조7000억원, 50% 가구로 한정하면 5조~ 6조원이 들어간다. 이재명 경기지사 주장처럼 1인당 20만원씩만 줘도 10조원, 30만원씩이면 1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소득수준별 평균소비성향 증감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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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누적 적자가 110조5000억원(관리재정수지 기준)을 기록할 만큼 나라 곳간은 이미 비상이다. 지난해 연간 적자의 2배에 육박한다. 1~3차 추경 규모는 합쳐 59조원에 이른다. 이 중 37조5000억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메웠다. 결국 ‘빚잔치’밖에 방법이 없다.
재난지원금의 효과 논란도 여전하다. 1차 지원은 일자리 소멸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생계자금 역할을 하고, 일부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일회성 반짝 효과에 그쳤다. 2분기 평균 소비성향(가처분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은 67.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5%포인트 하락했다. 나랏돈으로 소득을 늘려주긴 했는데, 그만큼 지갑을 열진 않았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금 같은 일시적 수입은 장기 소비 계획에서 빼는 경향이 있다”며 “원래 사야 할 필수 생필품을 사고 남는 돈은 저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관리재정지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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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지원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부른다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소득에 따라 전 가구를 한 줄로 세울 지표가 마땅치 않다.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지표는 건강보험료 납부액이다. 그러나 고가 주택 등 자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부자 수급자’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또 직장 가입자는 소득 기준만 채우면 되는데, 지역 가입자(자영업자 등)는 집·자동차 등 자산이 반영돼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70% 지급’을 추진했을 때 이미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이런 논란이 확산하면 정작 중요한 ‘지급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1~3차 추경을 통해 나타난 것처럼 코로나19 확산이란 상처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고는 재정 지원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의 ‘V자’ 반등이 확실하다면 추경이 제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지금은 ‘L자’ 또는 ‘I자’로 경기의 하강이 전망된다”며 “경제 구조 변화에 대비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 추경만 반복하는 건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김남준·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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