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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5세대 이동통신

증강현실 안경, 5G만 쓸 수 있다는 이통사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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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이통서비스 5G전용의 허상

LG 안경 모양 69만5천원에 시판

실제론 이용시간 85%이상은

LTE망으로 보는 게 현실

기술적으론 LTE가입자도

이용 가능하다는 말

KT ‘나를’도 “5G 전용” 딱지

“실적 치우쳐 가입자 호구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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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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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유플러스(LGU+)는 지난 21일 안경 모양의 증강현실(AR) 모니터 ‘유플러스(U+) 리얼글래스’를 69만9천원에 내놓으면서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전용’이란 전제를 달았다. 이를 5세대용 스마트폰과 연결해 착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불러온 콘텐츠를 최대 10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으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해준다고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5세대 가입자 전용이라는 꼬리표다. 달리 말하자면 이를 써보기 위해선 이동통신 서비스를 5세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행 5세대 서비스의 품질 수준을 감안해볼 때 엘지유플러스의 설명엔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의 현실이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김상희 국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19일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5세대 가입자 수는 678만5천명에 이르는데 비해 실제 서비스 사용시간 비율은 사업자별로 12~15%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시간은 4세대 이동통신인 엘티이(LTE) 통신망으로 연결되고 있어서다. 그나마 서울·수도권과 광역시의 도심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5세대 통신망 연결 비중은 상대적으로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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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유플러스(LGU+)가 지난 21일 출시한 ‘U+ 리얼글래스’ 사용 모습. 엘지유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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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플러스 리얼글래스가 5세대 가입자 전용이라 해도, 서비스 이용시간 가운데 85% 이상은 엘티이 통신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엘티이 가입자들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라면 리얼글래스는 5세대 통신망이 깔린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뿐,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수시로 끊긴다는 얘기가 된다.

엘지유플러스는 리얼글래스 외에 프로야구·골프, 아이돌 공연, 게임 라이브, 클라우드 게임 지포스 나우, 증강기술 기반 쇼핑, 스마트 홈트 등도 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전용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케이티(KT)는 새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나를’(8명이 실시간으로 고화질 영상통화 가능) 등을 ‘5세대 서비스’라고 가입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사실상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처럼 엘티이 통신망으로도 이용가능한 서비스·컨텐츠를 5세대 가입자 전용이라 포장해 내놓는 것에 대해, 엘지유플러스는 “5세대 마케팅 차원으로 봐 달라”고 말한다. 2세대(PCS)·3세대(WCDMA)·4세대 가입자들을 5세대 가입자로 전환하기 위해 ‘미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기존 가입자를 5세대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순간 통신사들에게 돌아가는 월 가입자당매출(ARPU)은 3만~5만원씩 높아진다.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5세대 가입자가 늘어야 5세대 서비스 반경을 넓힐 동기가 생긴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5세대 전용 서비스·콘텐츠를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들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실적 개선에만 치우쳐 가입자를 ‘호갱’(호구 고객) 취급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아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5세대 전국 서비스가 안 되는 상황에서 ‘5세대 가입자 전용’ 전제를 붙이는 것은 모순이자 가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내부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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