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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성추행' 외교부, "피해자에 진술 기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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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재 협의 재개 요청

외교부 "재개 여부 검토 중"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통화를 하는 모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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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20일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인 성추행 사건과 관련 “외교부는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양측 사법 공조 절차 등을 통해 사안이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 사건은 외교부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해 양국 외교문제뿐 아니라 국내 정치권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성추행 피해자 W씨가 ‘공정한 재조사’를 청원하는 서한을 전날(19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발송한데 대해 “수신 여부는 확인해줄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W씨는 이 서한에서 한국 외교부는 이번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인 자신에게 ‘조력자 입회하(with support persons present)’에 조사관에게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외교부의 조사 과정이 부당(不當)했다며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fair and just process)’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청원했다.

이와 관련, 당국자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면서 “(2017년말)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인 2018년 후반 실질 감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감사가 진행되면 소원 수리 형태로 현지 직원의 의견 청취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에 외교부 측이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피해자는 (사건 발생 당시) 최초 신고한 메일이 있으니 이걸 확인하라며 언급(진술)을 안 했다”고 했다. 당국자는 “이에 (다시) 서면 제출 요청을 했더니 서면을 냈는데 여기에는 성희롱 당했다는 말만 있고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외교부가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증언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이다. 외교부는 또 피해자가 ‘조력자(변호사 등) 입회하’의 진술을 하고 싶다고 대사관이나 외교부 측에 요청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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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W씨가 법률 대리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일부. 피해자와 가해자의 실명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피해자는 조력자(변호사) 입회하의 증언 기회를 한번도 받지 못했다(붉은 실선)며 공정한 재조사를 청와대에 청원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피해자가 조력자와 함께 진술하고 싶다는 요청을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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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외교부가 중재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양측이 합의를 못해서 (중재가) 중단된 바는 있고, 피해자 측이 재개 요청을 한 적도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중재 재개 요청에도 외교부가 응답하지 않고 거절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외교부는)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라면서 “이를 피해자에게도 전달했다”고 했다. 재개 요청을 수용하진 않았지만 이를 완전히 거절하거나 재개 요청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이다. 당국자는 "이달 초 피해자로부터 중재 재개 요청이 있었다"며 "재개 여부를 담당 부서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외교관 A씨는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2017년 11~12월 사무실에서 현지 직원 W씨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3차례에 걸쳐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 외교부 조사에서 A씨는 감봉 1개월로, 통상 감봉 3개월인 성희롱 징계보다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뉴질랜드 법원은 지난 2월 A씨에 대해 성추행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한국 외교부는 뉴질랜드 외교부로부터 이 영장의 집행 협조 요청을 받았지만 ‘외교관 면책 특권’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 같은 사실을 비공개했지만 지난 4월 뉴질랜드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국내외에서 논란이 커졌지만, 외교부는 규정에 맞게 조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뉴질랜드 정상통화에서 저신다 아던 총리로부터 한국 외교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항의를 받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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